한덕수 국무총리는 2023년 12월 13일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제11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주재했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청년 일자리·주거·복지 등 분야별 개선 방안을 담은 ‘청년정책 보완 방안’과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경기인저널은 △경기연구원, 「청년의 고립·은둔, 진단과 대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재)한국통계진흥원, 「청년 삶 실태조사」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등을 참고로 청년층의 고립을 주제로 ‘은둔형 청년 문제’를 다뤘다.
-편집자 주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는 무엇인가

외톨이, 소외, 사회적 또는 감정적 고립, 고독사(孤獨死), 무연고사회(無緣故社會), 분열성 인격 장애, 사회적 배제, 외로움, 왕따, 히키코모리……. 이런 낱말들은 무섭다. 대체로 ‘나쁜 뜻’ 또는 ‘부정적 시선’으로 간주하는 낱말들이다.

이와 같은 낱말은 일본어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 pulling inward, being confined)와 관련이 깊다. 히키코모리는 심할 정도로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집과 같은 특정한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과 그러한 현상을 이르는 신조어다.

이 개념은 1970년대에 등장했지만 은어처럼 쓰던 것을 2003년 일본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이토다마키(齋藤環)가 처음으로 일본 언론에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를 문화의존증후군에 의한 증상의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에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사회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된 상태로 본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우리말다듬기’에서는 ‘폐쇄은둔족(閉鎖隱遁族)’으로 바꿨기도 했으나 현재는 일반적으로 ‘은둔형(隱遁型) 외톨이’라는 낱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적 위축(社會的 萎縮, social withdrawal)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경기도 청년 5%는 은둔형 외톨이

경기도 청년의 5%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조사 결과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유대를 강화하고, 1인 가구 및 가족지원 정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경기연구원이 발행한 「청년의 고립·은둔, 진단과 대책」(2023.12)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경기도의 은둔형 외톨이는 19~34세 청년 인구 278만 명 중 5%인 13만 9,000명으로 추산했다. 이 보고서는 보건복지부 2023년 7~8월 실시한 전국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전국 은둔형 외톨이 청년 54만 명), 국무조정실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다.

경기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고립 또는 은둔 상황에 직면하는 원인은 가정 내 불화, 학교 폭력, 취업 실패, 우울증, 기질 문제 등 개인별로 각각 여건과 경험만큼 다양했다.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은 은둔에서 벗어나 사회와 관계를 맺고 소통하길 원하지만 의지대로 실천하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 정의한 ‘고립 청년’은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없거나 요청하기 어려운 청년이다. ‘은둔 청년’은 방이나 집 등 제한된 장소에 머물면서 타인 및 사회와의 관계 및 교류가 거의 없는 청년을 뜻한다.

과거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은둔형 외톨이가 최근 급증한 배경에는 ▲달라진 양육 형태로 인해 약해진 정서조절 능력 ▲인터넷 발달과 배달 문화 등 적절한 은둔 여건 ▲강화된 개인의 영역과 느슨해진 공동체성 등 크게 달라진 사회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 방안

경기연구원은 ‘경기도 은둔형 외톨이 지원 방안’으로 ▲법·제도적 근거 마련 ▲정서적으로 유대하는 다양한 지역 공동체 활성화 ▲애착 형성과 정서 안정을 뒷받침하는 중장기 가족지원 정책 추진 ▲육아휴직 유급 급여 지원제도를 단계적으로 보완함으로써 영유아와 주양육자 간 건전한 유대 형성 ▲주양육자를 지정해 조기 퇴근을 보장하는 제도 도입 ▲예비 부모 교육 활성화 ▲은둔형 외톨이 고령화에 대비한 1인 가구의 정책 모델 실험 ▲은둔을 새로운 삶의 유형으로 인정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 비전 수립 등을 제시했다.

지원 방안을 크고 넓게 보면 ‘지역적 유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청년세대 비중이 큰 고립 은둔 현상과 청소년 중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 가능성이 있는 특수성 등을 감안해 정책을 추진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는 데 있어 지역적 유대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이 중요한 이유는 ‘스스로 사회적 소통을 하기 어렵다’는 데에 초점이 있다.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둔이 불가피한 선택인 경우에도 은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유대감 형성’을 통한 관계 지속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히키코모리 개념을 제시한 사이토다마키는 그의 저서 『은둔형 외톨이 : 그 이해와 치유법』(파워북, 2012)에서 “당사자를 끌어내기 위해 설득이니 논쟁을 하기보다는 부모가 전문가와 상담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규모’보다 ‘원인’과 ‘정책’에 초점 둬야

지방자치단체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몇 년 전부터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2019년 하반기부터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대처를 하고 있다.

경기도는 2020년도에 고독사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고독사예방법)에 따라 경기도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다양한 원인과 대응이 필요한 만큼 기존보다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내용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경기도는 2023년 10월 11일 ‘은둔형 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는 있지만 ‘은둔형 청년’에 대한 조례는 없다. 은둔 또는 고립 청년에 대해 조치가 없는 셈이다. 조례가 없거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겠지만, 이로 인해 실태조사도 부실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6월 1일 유호준 경기도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경기도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안’은 2020년 제정한 ‘경기도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조례’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기존 조례에 유사한 게 있다면 논의해 충돌을 조정하면 되는데, 이 같은 과정이 없었다.

서울시는 2023년 1월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라는 보고서를 지자체 중 처음으로 발간했다. 이 조사 보고서는 만 19~39세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것인데, 2023년 1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은둔·고립 청년은 12만9,000명에 달해 서울시 청년인구의 4.5%를 차지한다.

서울시가 밝힌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 현황을 전국으로 넓혀 적용하면 대략 61만 명이 고립 청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은둔·고립 청년이 서울시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경기도와 도의회는 관련 조례 제정과 함께 실태조사와 지원 사업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경기연구원은 경기도 은둔형 외톨이 실태 조사는 단순히 ‘규모’를 추정하는 차원을 넘어 원인을 ‘진단’하고 ‘정책 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하고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고립 은둔 원인 추정 및 검증 차원에 초점을 맞춘 지역사회 조사 및 연구 과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오재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은둔형 외톨이에게 다가서려는 지역적 유대를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투입 예산 대비 성과를 내야 하는 공공위탁사업보다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자조모임 형식이 바람직하며, 크고 작은 지역 공동체의 초기 구심점이 될 전문가들의 동반 활동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위원은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건강한 가족을 구성하도록 예비부모교육을 활성화함으로써 개인의 고립과 은둔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의 고립·은둔, 진단과 대책

2023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고립·은둔 청년은 5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 단절된 상태로 오랫동안 ‘혼자만의 방’에서 살아간다. 지자체들이 청소년과 함께 청년의 고립에 눈을 돌리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서두르는 이유는 그만큼 심각하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립·은둔 원인은 가정불화, 학교폭력, 취업, 우울증, 기질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가 원인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나타나는 현상을 생각하면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국가적 차원의 문제가 됐고, 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는 청소년, 청년을 포함해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청소년의 은둔’에 이어 ‘청년의 은둔’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은둔형 외톨이가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연구원 보고서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크게 달라진 사회적 요인’을 주요 배경으로 손꼽는다.

경기연구원은 배경과 관련해 “타고난 기질, 사건이나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심신 미약이나 질병도 원인일 수 있으나, 이는 어느 시대에나 있는 요소라는 점에서 결정적이지 않다”면서 양육 형태, 은둔 여건, 공동체 붕괴 등 세 가지를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첫째, 달라진 양육 형태로 인해 약해진 정서조절 능력이다. 1980년대부터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면서 주양육자와의 애착 관계 형성이 원만하지 않았을 수 있다. 둘째, 은둔 여건이 체계적으로 갖춰졌다. 대가족이 한 방이나 거실에서 함께 지내다가 핵가족화하면서 각자 방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인터넷을 활용해 온라인 활동을 하고 배달을 통해 식사를 해결하게 됐다. 셋째, 다양한 유형의 공동체가 대부분 와해됐다. 가족, 학교, 지역에서 다양한 공동체는 소속한 구성원 삶에 온정적으로 개입했지만, 사생활을 보장하고 인권이 부상하면서 결속이 대체로 느슨해졌다.

새로운 삶의 유형, 그리고 이해와 배려

은둔형 외톨이는 기질, 양육 환경, 확고한 개인의 영역, 약해진 공동체성, 개인 경험이 복합적 요소로 작용한 결과에서 비롯한 새로운 삶의 유형이다. 따라서 어느 한 가지를 지배적 요인으로 지목할 수 없다. 다만, 오랜 인류사에 비춰 볼 때, 다음과 같은 진단과 접근 방법을 제안할 수 있다. ‘은둔’은 불가피한 선택이더라도 은둔에서 벗어나는 것은 도움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은둔형 외톨이는 은둔에서 벗어나 사회와 관계를 맺고 소통하길 원하지만 의지대로 실천하지 못한다.

당장은 은둔형 외톨이가 안전하다고 여겨 다가서고자 하는 지역적 유대를 활성화해야 한다. 투입 예산 대비 성과를 내야 하는 공공 위탁사업보다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자조모임 형식이 바람직하다. 크고 작은 지역 공동체의 초기 구심점이 될 전문가들의 동반활동도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모 역할을 인식하고 건강한 가족을 구성하도록 예비부모교육을 활성화함으로써 개인의 고립과 은둔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김혜원, 조현주, 김연옥, 김진희, 윤진희 등이 공동으로 쓴 『은둔형 외톨이 : 가족, 사회, 자신을 위한 희망안내서』(학지사, 2021) 설명에 따르면, 현재 국내 만 19~49세 사이의 인구 중 약 21만 2,000여 명을 은둔형 외톨이로 추정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는 여성에 비해 남성 비율이 더 높고 대부분 ‘학업 부적응’과 ‘취업 실패’가 계기라고 설명하면서 실제로는 외로움을 많이 느끼며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기를 바라지만, 그래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답답해한다는 것이다.

단절의 주요 원인 중 한 가지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과보호’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부모의 개입은 자녀 스스로를 무능력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고, 성장하면서 타인에게 동조적인 태도에 익숙해지고, 자기주장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앞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급증한 이유를 살펴본 것처럼 은둔형 삶은 새로운 삶의 유형으로 생각하고, 이해와 배려를 해줘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를 문화의존증후군에 의한 증상의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에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사회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이해한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점이다. 인간은 스스로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은둔형 청년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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