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황호덕
발행인 황호덕

자동차 운전할 때 ‘우회전통행’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수도권 시민은 0.3%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0.3%라니, 이는 정말 놀라운 수치다. 사실상 우회전통행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시민이 거의 없다는 말과 같다. 입법예고와 함께 계도 기간을 거쳐 법을 실행한 것임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왜 그럴까?

경찰청은 2022년 1월 21일 우회전 신호등 도입 등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공포하고, 교차로 적색 신호에는 ‘반드시 정지 후 우회전’하라고 밝혔다.

이후 1년이 지난 2023년 1월 22일 시행했고, 계도기간 3개월 거쳐 4월 22일부터 본격 적용한 법이다. 2022년 7월 12일부터는 보행자가 통행하려 할 때도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도로교통법 제27조)는 항목도 추가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와 경찰의 단속지침에 차이가 생기면서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시민들만 혼란에 빠진 형국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운전자 중 약 60%는 우회전 통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다.

경기연구원이 2023년 12월 21일 수도권시민 600명(운전자 400명, 보행자 200명)을 대상으로 우회전 통행방법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우회전, 돌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 67.5%는 법적으로 일시정지를 해야 하지만 보행자가 없어 일시정지를 위반하고 우회전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나타났다. 운전자 스스로는 우회전 통행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변경된 우회전 통행 방법에 대해 운전자들 중 40.3%는 ‘알고 있다’고 응답해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 6.8% 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한편 운전자들이 우회전 일시정지를 지키지 않는 사유로는 ‘빨리 가고 싶다’는 응답(30.6%)보다 ‘정확한 통행 방법 모른다’는 응답이 32.4%로 더 높게 나타났다.

우회전 통행과 관련해 운전자들은 사고예방을 위해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설치해줄 것을 희망하고, 전문가들은 차량이 자연스럽게 안전한 우회전을 하도록 신호 및 교차로 기하구조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회전통행’에 대해 새로 개정한 도로교통법의 핵심은 ‘일시정지’에 있다. 우회전을 할 때는 신호와 무관하게 일시정지를 하는 것이다.

빨간불에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다면, 이 또한 무조건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야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우회전을 할 때는 일단 멈춘 후 가라는 취지다.

증후군(症候群)이라는 낱말이 있다. 증후군은 의학과 심리학에서 여러 증상이 있지만 정확한 까닭을 밝히지 못하거나 하나가 아닌 병의 이름에 준해서 부르는 표현이다. 한국은 증후군을 신드롬(Syndrome)으로도 많이 쓴다. 그리스어 ‘함께 달리다’(συνδρομή, run together)에서 온 말이다.

이번 기회에 우회전통행을 잘 하기 위한 캠페인 차원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일시정지증후군’에 취하고 ‘일시정지증후군과 함께 달리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시정지’는 물론 ‘일단정지’가 몸에 스며들면 우회전 사고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시정지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일부 성격 급한 운전자는 경적이나 헤드라이트로 위협(?)을 하는 일도 있겠지만, 일시정지증후군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면 이 문제 또한 줄어들 것이다. 이제부터 ‘일시정지증후군’에 푹 빠져보기를 독자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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