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앵무새 떼죽음’ 사건
소음 피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
편파진행, 누락…공청회 악순환 반복
성급한 졸속 추진 의심스럽다

경기인저널은 지난 호에서 김용현 구리시의회 의원이 보낸 자료와 관련 자료 등을 참고해 GTX-B사업을 추진하는 한국철도공단이 구리시민의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대책 없는 GTX-B사업, 반대한다’는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소음 문제를 비롯해 구리시 측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해결책도 나오지 않고 있어 지난 1월 12일 재공청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공청회도 기존과 큰 차이가 없이 진행돼 재공청회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 공청회가 악순환을 반복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GTX-B사업에 있어 구리시민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소음 문제와 함께 1월 12일 재공청회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사진설명] GTX-B 공청회 전 ‘GTX-B 갈매역정차 시민궐기대회 2024.01.12

2023년 ‘앵무새 떼죽음’ 사건

2023년 5월. 대법원은 공사장 소음 때문에 앵무새가 떼죽음을 당한 사건을 건설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판결은 소음이 앵무새의 죽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따지는 기준을 ‘생활소음기준’과 ‘가축피해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최종 판결이 달라진 사례다.

1·2심 재판부는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의 생활소음규제기준인 70dB 이하였다는 점을 들어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가축피해가 발생한 환경분쟁사건은 가축피해인정기준도 생활소음 못지않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가축피해인정기준은 가축의 폐사·유산·사산 등에 대해 최대소음 70㏈, 성장지연·생산성 저하 등은 60㏈을 피해를 인정할 수 있는 소음으로 정하고 있는데, 가축피해인정기준 이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방음벽은 공사 시작 후 6~7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소음 피해 방지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앵무새 떼죽음 사건은 소음 피해가 있는 지역에서 피해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살펴볼 수 있는 사례다. GTX-B사업을 놓고 구리시, 구리시의회, 구리시민, 시민단체 등이 소음 피해, 경춘선 운행 감축 등의 문제를 해결하라며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닮은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안으로 갈매역 정차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구리시의회 등은 소음을 측정해본 결과 70dB을 넘어 73dB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음 피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

소음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구리시 측은 국가철도공단이 해결 방안을 수용하거나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 소음 피해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가 진정성이 없다며 재공청회를 요청해 지난 1월 12일 공청회를 진행했지만, 이 공청회도 만족할 만한 대안이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소음과 관련이 있는 법은 소음진동관리법,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군소음보상법) 등이 있다.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소음은 교통, 생활, 항공기, 공장, 철도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철도소음의 경우 유동인구 및 물동량 증가로 철도 운행량이 증가했고, 매스컴과 국민의 환경 인식의 증가로 소음민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철로변 일부에 방음벽을 설치했으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설명] 소음과 인체 영향(자료=국가소음정보시스템)
[사진설명] 소음과 인체 영향(자료=국가소음정보시스템)
[사진설명] 경춘선 구운천교 춘천방면(마석역-대성리역 구간)
[사진설명] 경춘선 구운천교 춘천방면(마석역-대성리역 구간)
[사진설명] 경춘선 개통 당시(1939) 연선안내도, 경춘철도(주), 10 July 2021
[사진설명] 경춘선 개통 당시(1939) 연선안내도, 경춘철도(주), 10 July 2021

구리시 입장에서는 소음 피해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12일 공청회에서 제대로 답변을 얻지 못했다며 공청회를 다시 진행하라고 요구했고 재공청회를 수용하기로 확정됐다.

특히 이날 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편파적으로 진행돼 논란이 일었고, 사업을 진행하는 엔지니어링 회사 측에서 교육환경 영향평가를 고의로 누락한 것을 인정하면서 공청회를 다시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진설명] 철도노선도, 국가철도공단, 2024.01.01
[사진설명] 철도노선도, 국가철도공단, 2024.01.01

편파진행, 누락…공청회 악순환 반복

김용현 구리시의회 의원 등의 주장에 따르면, 12일 구리시 갈매동 복합청사 강당에서 개최한 환경영향평가 공청회는 편파적 진행으로 논란이 일었고, 국내 최고의 엔지니어링 기업이 교육환경 영향평가를 고의로 누락한 것을 인정함에 따라 재공청회를 진행하기로 확정됐다. 공청회가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아 공청회가 악순환을 반복하는 형태다.

갈매동 주민들과 구리시, 구리시의회, 정치인들은 공청회에 앞서 ‘GTX-B 갈매역 정차 시민 궐기대회’를 열고 사업의 부당함과 갈매역 정차를 강력히 피력할 의지를 다졌다.

이날 공청회는 환경영향평가 민간사업자인 대우컨소시엄이 주최한 주민설명회에서 해명하지 못한 여러 문제점에 대해 30인 이상의 주민들이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는 의견에 따라 불가피하게 개최한 것이다.

주재는 협성대학교 이상문 교수, 사업자인 대우건설컨소시엄 측에서는 포스코이엠씨, 도화엔지니어링, 동성엔지니어링이 참여했다. 구리시 의견진술은 백경현 구리시장, 나태근 변호사(국민의힘 구리시당협위원장), 백현종 경기도의원, 구리시의회 양경애 부의장, 신동화 운영위원장, 김용현 의원, 정은철 의원, 이상천 갈매신도시연합회 부회장이 나섰다.

[사진설명] GTX-B 공청회에서 자료를 제시하며 의견 진술하는 김용현 구리시의회 의원 2024.01.12
[사진설명] GTX-B 공청회에서 자료를 제시하며 의견 진술하는 김용현 구리시의회 의원 2024.01.12

● “소음·진동 저감대책 전혀 없다”

구리시 갈매동의 주민들과 구리시, 구리시의회에서는 “GTX-B노선이 경춘선 공용 노선을 이용하지만 유일하게 구리시만 무정차하는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환경적인 소음과 진동에 대한 저감대책이 전혀 없어 피해가 예상된다”며 “대심도 설계변경 또는 갈매역 정차를 통해 환경에 대한 법률적 문제 해소와 추가 역 조성에 따른 사업비 조달 해소, 운행 계획에 따른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사업자인 대우컨소시엄 측은 “지난 주민설명회에서 대심도 설계변경은 불가능하고 지금까지 국토교통부의 추가 역사 의견이 없었고 갈매역 정차에 대한 추가적인 비용과 수익에 대한 보장이 없어 추가 역사는 현재까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우컨소시엄 측은 환경 피해에 대해서도 “추가운행 계획에 따라 열차 추가 비용이 한계에 달했고 경춘선 공용 노선의 경우 국가철도공단에 매년 선로 및 역 시설 사용료로 연간 50억 원을 지불하는 만큼 노선관리의 책임이나 소음·진동에 피해에 대해서도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들어 기준치 초과임에도 환경영향평가서에 이를 그대로 수록하고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주민들에게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에 주민들은 환경적 피해에 대한 명확한 해결과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재작성하라는 의견을 접수해 개최한 공청회였지만 국토부의 지시와 압박에 따라 사업을 강행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논리만 주장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특히 구리시의회는 지난 주민설명회에서 이슈가 된 △배경소음 제외한 순수 철도 소음 예측에 대한 문제점 △갈매역세권사업 변경 고시에 따른 소음 예측 재실시 △경춘선 용량이 204회임에도 운행계획은 229회로 확정된 경위 △경춘선 용량을 증설할 수 있다는 신호개선 예산과 사업계획 확인 △매뉴얼을 위배하며 열차 디스크브레이크 54% 설정한 이유 △철도공단과 준공 후 관리책임 협의안 제출 등의 문제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대우컨소시엄이 슬그머니 넘어가려는 데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설명] GTX-B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전경 2024.01.12
 [사진설명] GTX-B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전경 2024.01.12

● ‘환경영향평가 재평가하라’

백경현 구리시장은 “구리시는 서울과 경기북부, 강원도를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이지만 최근 경기 동북부에 집중되는 신도시 개발 등 정부 정책에 따라 구리시를 지나는 교통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그 교통 혼잡의 피해는 구리시민들이 고스란히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시장은 이어 “GTX-B가 경유하는 지자체 중 유일하게 구리시만 무정차하며 시민들에게 소음과 분진만 가져다주는 불합리한 사업”이라며 “국가의 사업인 만큼 시민들에게 소음 분진과 더불어 교통편익까지 해결책은 GTX-B 노선 갈매역 정차밖에 없는 만큼 이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구리시의회 의원은 “대규모 사업의 가장 중요한 교육환경 영향에 해당하는 유·초·중학교 등 구리, 남양주 6개소의 ‘교사 내 소음 예측’을 모두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동일 지역 직전 선행사업인 갈매역세권 사업의 자료와 작년도 구리시 자체분석 보고서로 검증해본 결과 GTX-B 운행 시 학교보건법상 기준치(55㏈)를 모두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는 교육의 권리 침해 행위로 관련법에 따라 사업 중지까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사업자는 이를 인정한다며 실토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갈매역세권지구는 2.4㎞ 거리에 걸쳐 계획노선과 주거지역이 접해 있어 추후 갈매역세권 공공주택지구 사업 시행자인 LH에 민원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별도의 소음 저감대책의 협약을 진행하라”며 GTX 열차와 가장 유사한 청춘 ITX 열차의 통과 동영상과 75dB이 넘는 소음 수치를 공개했다. 또한 “열차가 출퇴근 시간 2.2분, 하루 평균 2.6분 간격으로 지속되며 새벽 5시부터 밤 12시 반까지 이어질 것이다”는 설명과 함께 동영상을 시연했다.

백현종 경기도의원은 “경기도 부천의 동일 사업 공청회 파행 사례를 들며 독단적인 공청회 진행을 경고한다”며 환경영향평가의 환경적 실태 파악이 부실한 전반적인 항목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환경에 대한 영향 예측 자료로 부족한 만큼 전반적으로 모두 재조사해 재평가하라”고 요구했다.

나태근 변호사(국민의힘 구리시당협위원장)는 이날 공청회에서 “사업자가 환경평가 자료의 소음·진동 대책 등을 ‘소음진동관리법’상 기준에 따라 정한 부분에 대해 권익위 조정서에는 어느 법을 적용할지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을 적용한 것은 갈매동 주민들의 환경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소음진동관리법’ 외에도 ‘공공주택특별법’ 등 수 개의 관련 법률이 경합할 때는 당해 사안에 우선 적용할 법률을 선결해야 하고 그 기준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라며 사업자 측에 법률 검토를 요청했다.

구리시의회 양경애 부의장과 신동화 운영위원장, 정은철 의원도 한목소리로 “구리시가 150억 원 사업비로 부담하고도 무정차하고 환경적인 피해와 더불어 교통 편의가 더욱 악화되는 것이 현실이므로 GTX-B 노선에 반드시 갈매역을 신설하라”고 촉구하고, “사업자가 인정한 교육 환경 침해에 대해서는 소음에 대한 명확한 교사 내 소음 예측값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재공청회 실시를 강력히 요구했다.

 [사진설명] GTX-B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참석자들 2024.01.12 02
 [사진설명] GTX-B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참석자들 2024.01.12 02

● “국토부의 성화에 죽을 맛?”

김용현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 대해 사업자를 제외한 구리시의회 여·야, 민·정·관 할 것 없이 모두 하나 된 목소리로 민간사업자에게 GTX-B 갈매역 정차를 강력히 요구하는 자리였지만, 공정이 요구되는 주재자인 이상문 협성대 교수의 편파적 진행으로 오점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주재자는 민간사업자와 국토부를 일부 대변하며 의견 진술을 방해하고 중단시켰으며 적법한 재공청회 요구를 주민들의 파행으로 몰아 4시간의 의견 진술을 모두 무효화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재자는 ‘국토교통부의 성화에 아주 죽을 맛이다’, ‘정차역 추가는 민간사업자가 아닌 지역 정치인, 즉 지역 국회의원의 역량’이라는 등의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해서 의견 진술자들과 주민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고 공청회 마무리 전에 장시간 자기 변론을 하는 등의 해프닝도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성급한 졸속 추진 의심스럽다

김용현 의원은 공청회가 끝난 후 “환경영향평가 용역사인 동성엔지니어링과 대우컨소시엄의 엔지니어링 투자사인 도화엔지니어링, 유신은 국내 많은 대규모 사업을 도맡아하는 엔지니어링 분야의 대기업인데. 그럼에도 이런 유수의 기업들이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소음대책과 교육환경 부분을 보란 듯이 누락시키고 까막눈 다루듯 주민에게 당당히 설명하고 강요하고 궁색한 변명하는 자리를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마치 누구에게 쫓기듯 허겁지겁 처리하며 강행하려는 사업 절차를 보면 국토부의 역량이 매우 의심되며, 수도권 출퇴근 30분 실현이라는 대규모 국가사업이 너무 성급하게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12일 공청회는 결국 민간사업자 측이 인정한 ‘교사 내 소음예측 누락’과 함께 공청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환경영향평가서에 반영해 공청회를 재개최하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4시간가량 진행된 공청회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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