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심국제병원 정형외과 장우석 과장

사람이 두발로 서있을 때 몸을 지탱해주는 기둥의 역할을 하는 것이 척추이다.

머리 바로 아래에서부터 엉덩이까지 여러 개의 뼈가 각각의 관절을 이루며 내려오는 척추는, 목부분의 경추, 가슴부분의 흉추, 허리부분의 요추로 이루어진다.

정상적인 경우 앞에서 보았을 때 일자이고 옆에서 보았을 때는 목에서부터 엉덩이까지 S자 모양으로 내려오는 모습이다.

하지만 생활습관이나 자세 등의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앞에서 보았을 때 휘어져 보이거나, 옆에서 보았을 때의 정상적인 S자 곡선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정형외과 외래를 찾는 수많은 목, 허리 통증 환자들 중 대부분은 잘못된 자세만 교정하여도 증상이 확연히 좋아지는 경우를 볼 수 있는 만큼, 올바른 자세와 생활습관으로도 얼마든지 상당수의 척추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 목(경추)의 질환 -

목은 우리 몸통으로부터 머리를 떠받치고 있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왼쪽에서 측면을 바라보았을 때 C자의 형태로 조금 구부려져 있으며 7개의 뼈가 관절을 이루고 있다. 머리의 무게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5kg 전후라고 가정했을 때, 볼링공 정도의 무게를 떠받친 상태에서 좌우 회전운동은 물론이고 앞뒤 굴곡신전운동, 좌우 측굴운동까지 해야 하는 역할을 목이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운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에도 항상 중심을 잡고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운동을 끊임없이 하고 있으니, 목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을 때 균형이 잘 잡힌 상태에서 편안하게 들고 있는 것과 불편한 자세로 들고 버틸 때의 힘든 정도가 다르듯이, 목의 자세에 따라 근육이 느끼는 피로도는 달라진다. 근육의 힘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고, 잘못된 자세가 오랜 시간 쌓여 균형이 깨지게 되면 마치 피사의 사탑처럼 골격구조 자체의 변형도 발생하게 된다.

목 주변의 근육이나 인대, 관절 등에서 오는 급만성 염좌, 목뼈 사이의 디스크가 제 위치에서 이탈되어 신경을 압박하는 추간판탈출증 등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잘못된 자세나 생활습관 등이 매우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대인들은 일할 때 대부분이 목을 앞으로 구부린 상태로 컴퓨터 모니터를 보거나 책과 서류를 보거나 혹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앞서 말한 C자 모양의 자세가 흐트러져서 일자목 혹은 거북목처럼 변형되어 머리의 무게중심이 몸의 무게중심보다 앞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항상 목 뒤쪽의 근육이 피로감을 느끼고 뭉치는 증상을 호소하며 앞쪽의 디스크는 압박을 받아 추간판 탈출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생긴다.

예방을 위해서는 늘 올바른 목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머리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며 턱을 당기는 운동, 수건을 목에 감아 쥐고 목을 뒤로 젖히는 운동 등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목 돌리기 운동, 하늘보기 운동 등을 통해 목 주변의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본인 스스로 자세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가까운 정형외과를 방문하여 자세를 점검하고 물리치료사나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얼마간의 교정운동을 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방법이다.

- 허리(요추)의 질환 –

성인의 80%, 즉 10명중 8명은 한번쯤 허리가 아픈 증상을 느낀다고 하는 보고는 이미 예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허리가 아파서 시술을 받거나 수술을 받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요추의 질환들로 고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수많은 허리통증 환자들 중 90% 이상은 이른바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 없는 단순 요통 환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허리도 목과 마찬가지로, 상체를 떠받치고 있으면서 하체와의 연결고리 역할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어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 부위이다. 갈비뼈와 함께 견고한 구조적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12개의 흉추와 달리, 요추 5형제는 운동 범위도 크고 하중도 많이 받기 때문에 각종 질환이 발생하는 빈도도 높은 부위이다. 따라서 올바른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허리의 균형이 급속도로 무너지면서 근육과 인대, 관절의 통증을 일으킬 수 있고 허리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 등의 질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허리도 목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왼쪽에서 측면에서 보았을 때 완만한 C자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모 의자회사의 등받이 모양처럼 배 부분이 볼록하고 등 부분이 오목한 형태가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자에 않을 때 등을 앞쪽으로 구부리고 엉덩이를 앞으로 빼면서 앉는 습관을 가지고 있고, 특히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을 때는 이런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기가 더욱 쉬우며, 운전을 할 때에도 정상적인 요추의 곡선이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자에 앉을 때는 항상 엉덩이를 의자 뒤쪽으로 바짝 붙이고 배를 조금 내미는 느낌으로 허리를 곧게 펴고 책상과 의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도록 한다. 또한 모니터나 서류, 혹은 작업대상물을 눈높이에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조절하고, 운전을 할 때에도 시트를 앞으로 바짝 당겨 엉덩이가 시트 뒤쪽으로 밀착되도록 하고 핸들 높이도 편안하게 조절해야 한다. 가급적 의자 없이 바닥에 앉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한 경우 최대한 허리를 펴도록 하고, 일어나면 반드시 허리를 뒤로 젖히는 운동을 몇 번 해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평소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상체를 좌우로 조금씩 회전시키면서 속보로 걷는 것이 가장 좋고, 맨손체조나 요가, 수영 등도 매우 좋은 운동이다.

생활공간 곳곳에 올바른 자세를 일깨워 줄 수 있는 사진이나 메모 등을 붙여놓고 늘 경각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직립보행을 통해 인간은 손의 자유와 함께 많은 편리함을 얻었지만, 이로 인한 척추의 부담이 그에 대한 대가로 남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올바른 자세와 함께 꾸준한 관리를 한다면 이 또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의학의 발달로 수많은 환자들이 때로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여러 병원에서 각종 시술과 수술을 받고 있는 요즘의 상황이지만, 수술을 해야 할 질환과 조금 미루어 두어도 될 질환, 그리고 수술하지 않고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환들을 잘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예방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하는 것이 그 어떤 치료보다도 현명한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척추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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