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보다는 ‘우리들의 천국’이 더 중요하다
❙국민을 화나게 하는 지도자는 ‘외면’을 피할 수 없다
❙사람들 사이에 있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이 정치다

2023년 9월 21일.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또 하나의 기록’이 나왔다. 이날은 야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와 한덕수 총리 해임 안건이 국회에서 통과된 날이다.

여야갈등은 최근 들어 수위가 높아지더니 ‘당 대표 체포’와 ‘총리 해임’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낳았다. 갈등의 골짜기가 점점 깊고 넓게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치권이 또 다시 다툼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재등장했다. 한국정치에서 ‘정치적 다툼’은 건전성이 부족했던 탓에 국민, 그러니까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한 가장 큰 문제였던 만큼 ‘악습 중 악습’으로 손꼽는 것이다.

수십 년 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정치적 싸움은 여전하며 국민을 힘들게 하는 덩치 큰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최근 여야는 서로 부정적 비판과 함께 감정이 앞선 공격과 방어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의도는 물론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태평성대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정치의 안정과 불안정은 태평성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이고 디딤돌이자 주춧돌이다.

정치의 안정과 불안정은 국가의 안정과 불안정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미 증명이 끝났다고 봐야 할 만큼 일반적인 현상이다.

정치와 정치인의 언행은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당신들의 천국’보다 ‘우리들의 천국’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불안정이나 불행으로 이끄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악습이고 사회악이다.

국민을 힘들게 하고 또 이를 넘어 극렬한 화를 낳게 만드는 지도자는 ‘외면’을 피할 수 없다. 때에 따라 ‘퇴출’도 피할 수 없다. 2000년대 이후 ‘탄핵’, ‘해임’, ‘체포’ 등이 ‘초유’, ‘최초’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유의미한 현상이다.

정치(政治, politics)란 무엇인가.

한자 뜻으로 보면 ‘바르게 하기 위해 일을 하거나 회초리로 치는 것’이다. 데이비드 이스턴(D. Easton)은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했고, 해럴드 라스웰(H. Lasswell)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에 초점을 두었다. 미셸 푸코(M. Foucault)는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권력을 ‘미시권력’이라고 정의했다.

초등국어사전에서 정치를 찾아보면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돼 있다. 정치에서의 다툼과 갈등은 가장 올바른 방향과 방법이어야 하고 또한 가치 있게 배분하는 것이라야 한다. 특히 푸코가 말한 미시권력, 정치가 ‘부적절한 미시권력’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9월 29일은 추석이다. 행복한 인사와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야 할 추석이지만 정치적 갈등과 다툼을 바라보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행복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것 같다.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다.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있듯이 정치에도 다툼과 갈등이 있다. 풀어야 한다. 그게 정치다. 풀어가는 것은 가장 소중한 것이다. 다툼이라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는 어쩌면 정치와 정치인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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