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덕 발행인
황호덕 발행인

학교 교사와 교육청 직원의 죽음을 깊이 애도한다.

2023년 7월과 8월에만 서울서이초등학교(7월 18일), 신목초등학교(8월 31일), 군산 초등학교(8월 31일), 제주도교육청 과장(9월 4일) 등 세 명의 교사와 한 명의 교직원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사망한 교사들의 경우 대부분 학교생활이 힘들었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이 같은 힘듦과 극단적 선택을 낳게 한 밑바탕에는 학교폭력, 학부모 민원 등을 비롯한 교권추락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교육부 사무관 학부모의 갑질과 협박, 교사를 향한 학생들의 조롱과 폭행, 갑질과 못된 권위에 찌든 학부모의 악질 언행과 악질 민원 등은 이미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부끄러운 소식이 됐다.

예전에는 ‘군사부일체’라고 해서 교사는 존경과 존엄의 대상이었다. 학생에게 매를 들어도 사랑의 교육으로 인식했다. 물론 이 같은 폭력은 문제가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학생인권을 오용하거나 악용하는 사례도 많고, 이런 형태는 학생과 학부모가 똑같은 행태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며칠 사이에 세 명의 교사가 사망하면서 ‘공교육 멈춤의 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국에 있는 교사들이 집단연가를 내고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추락하는 교권에 맞서 일선 교사들이 발을 벗고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번처럼 교사가 대규모로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일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경기도의 경우 2년 전인 2021년, 두 명의 초임교사가 사망한 사건이 최근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의정부 한 초등학교 초임교사였던 고(故) 김은지, 이영승 교사는 6개월 사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와 관련해 경기교사노동조합은 8월 28일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 두 명을 순직으로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숨진 교사 중 한 명은 학교에서 다친 학생 학부모가 피해보상을 요구했고 군대에 있을 때도 요구했다.

또 장기결석 학생 학부모와 밤낮으로 400통이 넘는 문자를 주고받았다. 나머지 다른 교사도 교사 임용 후 우울증이 발병했다고 지적했다.

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은 서이초 교사의 사망 이후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들은 두 교사의 죽음 배경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있었고 이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유족에 따르면, 김 교사는 학생들의 지도 불응, 폭력적 행동, 교실 붕괴 상황에 따른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가 컸고 결국 우울증이 발병했다. 그러나 학교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이 교사도 비슷하다. 교과 활동 중 손을 다친 학생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학부모는 안전공제회를 통해 자녀 치료비를 보상받았지만, 이후에도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과도한 민원과 장시간에 걸친 무리한 상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부모는 이 교사가 입대 후에도 치료비를 요구했고 사망 전날에도 찾아와 민원을 제기했고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정말 사망한 게 맞느냐며 죽음을 확인까지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현재 합동대응반을 꾸려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합동대응반은 유족과 교원단체가 제기한 학부모 악성 민원 구체적 내용과 학교 측의 보고 축소 여부, 극단적 선택 원인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8월 8일 두 교사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교육 가족의 명복을 빌며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와 연관 있다면 응당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존경’보다 ‘존중’이다.

교사로서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권리와 권한을 현재보다 더 분명하게 보장해줘야 하고 또한 이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장치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이에 맞춰 법을 개정하고 또 필요한 사항은 입법도 반드시 해야 한다.

이와 같은 대책은 교육부와 교육청, 국회, 지자체 등은 물론 일선 학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교권을 교권답게 만들고 그 교권을 정당하고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현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교권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저작권자 © 경기인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