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놀리아병원 한방2과 진료과장김윤필
매그놀리아병원 한방2과 진료과장 김윤필

아토피 피부염은 주로 유아기 혹은 소아기에 시작되는 만성, 재발성의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건조증, 습진 등이 주 증상이다. 

많은 경우에 성장하면서 자연히 호전되는 경향도 보이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전 인구의 20%라는 보고도 있는 만큼 드물지 않은 질환이지만 아토피라는 말의 원뜻이 ‘이상한, 비정상적인’인데서 보듯 원인은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환경적인 요인, 유전요인, 면역학적인 요인 등이 다양하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는 일반적인 치료법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피부조직 얇아짐, 여드름 유발, 안면홍조, 튼살, 세균 감염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많은 환자분들이 바르는 것을 중단할 때 리바운드 현상으로 다시 피부가 악화되는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을 기본적으로 피부에 화독(火毒)이 침범하여 생긴 증상으로 보고 있다.

붓는 증상, 붉게 변하는 것, 가려움증, 건조함 같은 것들이 화기(火氣)의 특성이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 볼 것은, 아토피 피부염은 분명 피부라는 신체의 바깥부위에 생긴 병이지만 그 원인은 내부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한방에서는 거의 모든 병을 장부에서의 음양기운의 불균형으로 해석한다.

아토피 피부염도 마찬가지로 신장, 비장 등 장부에서 발생한 문제로 화독이 발생하여 이것이 피부에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내부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치료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시 재발될 수밖에 없다.

즉 간, 심장, 비장, 폐, 신장 등 어떤 장부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피부염은 생길 수 있고 이외에도 습열, 담, 식적(食積), 어혈, 진액 부족 등의 문제로도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과 원인에 맞는 다양한 치료법과 처방을 사용하여 치료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면, 심장에 열이 있는 경우 이 열을 소변으로 빼주면서 치료하고 간의 기운이 너무 강할 경우 이를 억눌러주면서 열을 식힌다.

만약 비장에 식적이나 탁한 기운이 뭉쳐 있을 경우에는 이를 풀어주어야 하고, 폐에 열로 인한 담(痰)이 있는 경우는 이를 해소해주는 약재들을 쓴다.

또 신장은 수기(水氣)를 간직한 장부인데 이것이 약해져 화열이 치솟는 경우는 신장을 보(保)해주는 처방을 쓴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가지 경우가 같이 겹쳐서 오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약을 써주거나 한꺼번에 여러 처방을 합치기도 한다.

이는 아토피가 보통 만성병이고 한 장부에서 생긴 문제가 다른 장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처방으로 모든 아토피 증상을 치료할 수 없는 것이며 신중한 진단이 요구된다.

만약 착오를 일으킨다면 피부증상이 심해질 뿐 아니라 다른 문제들까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소화기가 약한 사람의 식적, 식체증에 신장을 보하는 차가운 약재들을 처방하게 되면 피부가 치료되지 않을 뿐더러 소화불량, 복통, 설사 등 증상이 발생한다.

반대로 정확하게 진단하게 되면 피부증상 뿐 아니라 평소의 다른 문제들도 같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아토피 치료의 실례

아토피를 치료한 실례를 들어보겠다.

하나는 성인이 된 후에 발병한 경우이다.

45세 정도의 여성이고 직장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 급작스럽게 얼굴과 손의 피부에 발적(發赤), 부종(浮腫), 가려움증이 생겼으며 피부가 두꺼워졌다.

이외에도 귀의 열감과 분노조절장애, 불면증이 생겼으며, 무력감, 우울감을 호소했다.

이분의 맥을 짚어보았더니 마치 꽉 조인 기타줄을 만질 때처럼 팽팽함,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런 맥은 간의 기운이 지나치게 상승할 때 나타나며 분노감, 불면 등은 맥과 부합하는 증상이다.

치료는 간의 기운을 안정시키며 위로 치솟은 기운을 내려주는 한약과 침처방을 사용하였다.

치료한 지 1달 정도가 지나면서 피부증상은 조금씩 호전되었고, 5~6개월을 꾸준히 치료한 결과 피부가 완치되었으며 불면과 무력감 증상도 모두 치료되었다.

이후 재발 없이 건강히 활동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만 12세 여학생의 경우이다.

4~5년 전부터 얼굴, 팔다리 오금과 어깨, 엉덩이 부분에 발적, 가려움, 각질 등 증상이 나타나 피부과 치료를 받아왔으나 호전되지 않아 내원했다.

이 학생은 평소 체열이 높은 편이고 변비 성향이 있으며 땀이 많이 나지 않으며 얼음, 아이스크림 등 찬 음식과 육류, 과자류를 선호하는 경향이었다.

맥은 신장부위가 약한 모습이었으며 다른 증상들도 신장의 수(水)기운이 약함을 보여주어 신장을 강화시켜주고 화기를 내려주는 처방을 썼다.

더불어 열로 인해 발생한 어혈을 다스리는 약재들도 추가했다.

이 학생은 약을 쓰면서 처음에 변비, 피부건조감이 개선되다가 2개월 정도 지난 후 왼쪽 얼굴을 거의 덮었던 발진이 소실되었고 어깨, 팔 등 다른 부위들도 거의 매끄러워졌다.

아토피 피부염은 타고난 체질로 인해 발생한 장부 기운의 불균형을 교정해야 하기 때문에 진단과 처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환자도 나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필수이다.

과도한 육류 섭취, 지방, 밀가루, 인스턴트 음식, 커피 등을 피하고 나물, 곡류 등 담백하고 깨끗한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더불어 전자파 등을 피해야 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야 하고 일찍 그리고 충분히 자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정들이지만 환자와 의사가 함께 노력한다면 치료할 수 있으며 체력, 면역력 등 몸 상태도 전반적으로 개선된다.

아토피 피부염 뿐 아니라 여드름, 두드러기 등 일반 피부질환과 비염, 중이염, 천식 등 기타 알러지성 질환들도 유사한 과정을 통해 치료되니 이들로 인해 고생하시는 분들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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