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인 경기동부권 취재본부장
조태인 경기동부권 취재본부장

경기도 구리시에서 발행하는 월간 시정소식지인 「구리소식」이 예산 문제로 구리시의회가 승인을 해주지 않아 결국 7월 25일자로 발간한 8월호는 기존 44면 대신 36면으로 발행했다. 8면을 줄인 것이다.

구리시는 무엇보다 종이값 상승으로 인한 부담금이 늘었다는 점, 그리고 원고료와 우편요금 등 상승 요인을 감안해 소식지 제작비를 전년(2022년)보다 약 2억3,000만원을 올려 6억3,000만원으로 시의회에 예산을 올렸다. 하지만 시의회가 승인해주지 않아 12개월 대신 10개월만 발행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의회는 예산집행 규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두 차례 요구한 추경 전액을 삭감하고 전년과 같은 액수(3억9,854만원)로 동결했다. 대·내외적으로 경제가 불확실하고 1년(12개월)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이니 12회로 발행할 것, 그리고 추가 예산은 2개월에 한해 항목 변경 등을 통해 예산안을 다시 올리라는 입장이다.

결국 구리시는 의결기관인 의회의 의견에 따라 8월호부터는 △기획특집 △사진으로 보는 구리시 △강추 이곳 △의회소식 등 일부 지면을 줄이고, △동화이야기는 폐지하기로 했다. 지면을 44면에서 36면으로 줄이고, 종이도 얇은 것을 쓰고, 발행부수도 8만1,000부로 줄여 12개월로 발행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2022년 10월, 종이 가격이 1년 새 50% 이상 올라 제지·인쇄업계가 한숨을 쉬고 있다는 기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국제펄프 가격이 껑충 오르면서 종이 가격이 대폭 뛰었기 때문이다. 고물가 때문에 책값도 오르고 종이값·인쇄·제본 등 관련 비용도 덩달아 오르면서 관련 업계에 시름이 깊어진다는 것이었다.

대체로 종이값은 ‘파도’ 형식을 띠고 있어 상반기에 조금 오르면 하반기에 내리는 현상이 일반적이다. 또한 상승폭도 대부분 5% 정도로 완만한 편이다.

하지만 2022년에는 종이값이 30~50% 수준으로 오르면서 평년과는 달랐다. 오죽하면 주식시장에서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대신 ‘태종이방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의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예산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타당하게 심의하고 승인하는 데에 있다. 구리소식지 예산 문제는 구리시와 구리시의회가 나름 정당한 입장과 주장을 갖고 있다.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현실을 인식하는 태도에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시선의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구리시를 포함해 대부분의 지자체는 소식지를 발간한다. 소식지는 가가호호 전달하는 만큼 가장 좋은 소통 방식 중 하나다. 소식지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고 지자체가 진행하는 행사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도 제법 많다.

이런 맥락에서 시의회는 소식지가 갖고 있는 소통의 가치와 소식지 발간 현실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구리시의회가 “구리시 가구 수보다 많이 발행하고 있고, 공공기관과 공동주택 등에는 배포되지 않은 채 쌓아둔 사례를 들어 현실에 맞게 부수를 줄여 발행하라고 지적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소식지는 누구는 주고 누구는 주지 않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소식지는 개인이 돈을 주고 구독을 선택할 수 있는 일반 신문과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발행하는 소식지는 선택적 구독이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 전체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늘이기’가 아닌 ‘줄이기’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시의회의 행태는 매우 부적절하다. 평등권을 지키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매우 어처구니가 없는 판단이자 결정이다.

그래서다. 이번에 구리시의회가 구리소식지에 대해 보여준 입장과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 이는 또한 ‘현실을 외면하면 무지와 무능을 낳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실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 같다.

여하튼 이번 사례는 소식지의 가치와 효과와 실질적인 소통수단으로 매우 좋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맞춰 예산 편성 등에 융통성을 발휘하는 자세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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