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한식 • 전통한식, 카페를 한 곳에서 만나는 즐거움 "1석 2조"

여름 햇살이 따갑던 날 7월 24일 오후, 경기도 가평에 있는 연담정(蓮潭亭)을 찾았다. 연담정은 한식(韓食) 전문 음식점이다. 2015년 처음 문을 열었다가 잠시 휴업했던 곳을 이번에 다시 오픈했다. 연담정은 연꽃 연(蓮), 못 담(潭), 정자 정(亭)을 버무려 지은 이름이다. 옆에는 카페 ‘다솜우리’가 있다. ‘다솜’은 ‘사랑’이라는 순우리말이다.

 

풍경이 아름다운 집

연담정은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연담정이 있는 건물은 현대식 건물이지만 연담정 내부는 한옥 내음을 물씬 품고 있다. 곳곳에 나무를 재료로 사용한 까닭에 현대식 건물보다는 건물 전체를 전통식 가옥으로 지은 집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여느 음식점과 달리 풍경이 아름다운 집이다. 실내 인테리어, 음식, 그릇, 가구 등 눈길이 가는 게 많아 눈길을 줄 곳줄 것이 많다.

연담정은 풍경이 아름답고 볼 게 많은 까닭에 음식을 먹기 위해 찾아가는 것은 물론 돌, 상견례, 회갑, 축하연 등 뜻 깊고 소중한 만남과 축하의 자리를 갖기에 참 좋은 곳이다.

그래서 수저와 젓가락을 넣은 종이에 ‘가족 모임 상견례 고품격 비즈니스 모임’, ‘본가(本家)는 귀한 만남의 자리에 품격과 여유를 선사합니다’는 글을 새겨 넣은 것도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연담정은 방과 방 사이에 여닫이문이 있어 인원이 많으면 문을 열어 공간을 하나로 쓸 수 있고 조촐하게 몇 사람이 모였을 때는 문을 닫아 모인 사람끼리 필요한 만큼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방마다 도자기와 액자가 있어 감성적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특히 도자기의 경우 도자기를 만드는 도혜정 작가가 작품을 전시해놓고 있다. 주기적으로 도예 작품도 바꾸고 있어 때에 따라 다른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2015년 연담정과 2023년 연담정

연담정은 2023716, 정식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주인은 최미경 선생이다. 최 대표는 2015년 처음 연담정 문을 열었다.

좋은 음식,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최 대표는 메뉴를 한식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것이라면 고급 음식으로 해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생각이 음식을, 특히 한식집 문을 연 계기가 됐다. 2015년 가평에 자리를 잡고 나서 건물을 지은 후 1층 자리에 ‘고급한식’에 방점을 두고 연담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급한식을 코스 요리로 준비했던 까닭에 음식 값이 비싼 편이었다. 대도시 중심가처럼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자리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연담정을 계속 운영하기 힘들어졌다. 연담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게 되면서 옆 공간에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 이름은 ‘다솜우리’다. 그렇지만 연담정에 이어 카페를 새로 시작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이 또한 제대로 운영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다 2023년 2월부터 문을 열 준비를 해왔다. 7월에 새로 문을 열 연담정은 ‘고급한식’으로 운영했던 이전의 연담정과 달리 ‘전통한식’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가격과 맛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교차점을 찾아 사람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다시 문을 연 연담정은 2015년 연담정과 2023년 연담정이 공존하는 셈이다.

▶솥밥과 8찬으로 먹는 전통한식

연담정에서는 비빔밥, 연담청국장, 연담정식, 보리굴비정식, 갈비찜, 매운갈비찜, 홍어삼합 등을 고를 수 있다.  비빔밥, 청국장, 정식 등 식사 종류는 물론 식사가 아닌 갈비찜과 홍어삼합을 주문해도 솥밥을 준다.

식사 메뉴가 아닌 음식을 주문해도 음식을 먹으러 연담정에 온 손님이기에 밥을 함께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가장 인기 있고 주로 찾는 메뉴는 비빔밥과 청국장 정식이다. 특히 청국장은 직접 만든 장을 사용한다. 전북 전주 인근에서 직접 키운 콩으로 만든 장을 청국장으로 쓴다. 이 일대는 특별농공단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콩을 키우는 이곳은 도로명을 ‘콩쥐팥쥐로’로 쓰고 있는 곳이다. 굴비는 영광에서, 홍어는 목포와 신안에서 잡은 것을 쓴다.

솥밥과 함께 먹는 반찬은 집에서 먹는 반찬처럼 정갈하게 나온다. 음식 재료와 반찬은 매일 아침 준비한다. 음식 재료는 거의 모두 직접 키운 것을 쓴다. 갈비찜에 들어가는 고기 외에는 모두 국내산 재료다.

음식을 주문하면 반찬은 8찬이 나온다. 묵은지, 우엉, 궁채, 새우, 멸치, 시래기볶음, 배추김치, 박김치, 그리고 김이나 가지, 오이 등 각종 채소와 나물로 만든 반찬은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바꿔서 내놓는다.

전에는 12찬을 냈으나 지금은 8찬이다. 일부 반찬은 잘 먹지 않아 남은 반찬을 모두 버려야 하니 버리는 게 아까워 12찬을 8찬으로 줄였단다.

한식이 좋은점은 뭐니 뭐니 해도 여러 가지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평소에 먹기 어려운 반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먹기 어려운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아주 큰 행복이자 즐거움이다.

몇 가지 반찬 위주로 먹는 식생활과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한 음식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이는 마치 호젓한 곳으로 떠난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즐거움을 담고 닮았다. 이를 테면, 우엉과 궁채는 주황빛과 초록빛을 보면서 맛을 즐길 수 있는 반찬이다.

▶2023년 7월 새로 문을 연 연담정은?

최미경 대표는 연담정에 오신 분들에게 좋은 재료를 정성스럽게 만든 좋은 음식을 드린다는 게 주인으로서 갖고 있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이런 마음은 어느 음식점이든 갖고 있는 소박하고 당연한 마음이겠지만, 연담정은 매일 아침 재료를 손수 준비해 정성을 담아 음식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런 마음과 표현은 사실 음식을 준비하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주인이라면 가장 평범하고 가장 당연한 마음이자 고집이다. 좋은 재료를 쓰고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맛을 내는 상태에서는 마음가짐과 그것을 실천하는 게 가장 좋은 비법이다.

최 대표는 그래서 정신없이 바쁠 정도로 많은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서 오는 것보다 쉬엄쉬엄 오는 것을 좋아한다. 몰리지 않으면 음식 준비는 물론 서비스도 더 많이 신경을 쓸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2015년 연담정 문을 연 후 1년 정도 지난 후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식 요리 전문가에게 한식을 배우면서 재료와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배운 음식을 오롯이 정성을 다해 손님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게 소망이란다.

▶연담정과 다솜우리가 만나다

새로 문을 연 ‘2023년 연담정‘2015년 연담정카페 다솜우리가 겪은 운영의 어려움과 코로나19의 고통을 딛고 연담정과 다솜우리가 통합해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해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음식은 물론 운영 측면에서도 더욱 단단하고 탄탄한 주춧돌과 디딤돌을 갖고 출발한 셈이다.

이전의 연담정은 방을 좌식으로 꾸몄으나 지금은 모두 입식으로 바꿨다. 원목 테이블은 입식에 맞춰 바꾸고 의자도 테이블 디자인에 맞게 나무의자로 바꿨다. 나름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변신한 모습이다.

한옥 분위기가 묻어 있는 공간에서 전통한식과 카페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 연담정이다. 두 곳 모두 소소한 볼거리가 많다.

가평과 가평 주변에서 전통한식을 먹으면서 실내 인테리어와 볼거리를 함께 음미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래서일까. 연담정은 ‘맛집’과 ‘멋집’이라는 표현을 써주면 참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통한식을 만나는 곳, 연담정

배영동 교수는 한식에 담긴 전승문화적 논리와 지식 그리고 가치(민속연구33, 안동대학교 민속학연구소, 2016)에서 한식은 한국의 주권과 문화가 제국주의와 서구문물에 의해서 침탈당하고 약화되어 갈 때 우리 음식을 지키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말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한식이라는 말 속에는 필연적으로 한국음식의 정체성과 전통을 강조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며 “한국음식의 정체성과 전통을 간직한 음식이라는 뜻의 한식은, 본질적으로 한국문화의 전통을 기반으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한식 속에는 한국의 전승문화적 논리와 지식, 가치가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민속학이라는 학문 차원에서 한식을 바라보며 역사성과 전통적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논문 속 표현이지만, 한식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배 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나 인식 태도는 매우 유의미한 것이다.

그래서다. 경기도 가평읍에서 연담정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고급한식에서 출발해 전통한식으로 새로 문을 연 만큼 한식을 생각하며, 또 건강한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고 싶다면, 호젓한 마음으로 연담정을 찾는 것도 좋으리라. 한식과 전통을 만나는 곳이 연담정이기 때문이다.

예약문의 ☞ 031-582-5550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요일 휴무 

주소☞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연인2길14 심천빌딩 1층 (구) 가평읍 읍내리 4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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