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황호덕
발행인 황호덕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자주 듣는 표현이라 사실 잘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인사를 잘못해서 만사(萬事)가 망사(亡事)가 되거나 죄인이 돼 망(亡)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인사는 늘 곁에 있는 것이지만 제대로 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비판과 비난을 받거나 때에 따라 망조(亡兆)를 낳기도 한다.

민선 8기 지자체가 지난 6월을 기점으로 1년을 넘기면서 최근 인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인사 때문에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인사라는 게 잘 해도 불만이 나올 수 있는 것인 만큼 불평과 불만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토사구팽(兎死狗烹)이나 부실인사(不實人事)로 인한 불만이나 갈등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다.

토끼를 잡은 후 사냥개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주인이 삶아서 먹어버리면 주인을 따를 충견은 없다. 필요할 때에 필요한 사람을 제대로 쓰고 역할이 끝났으면 합당한 보상과 감사의 뜻을 표현하고 좋은 인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역할이 다른 또 다른 일에는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적합한 인재를 찾아 쓰는 게 중요하다. 필요와 역할에 따라 인재를 쓰는 정책이 중요한 것이지 쓰고 버리는 일회용 인사가 좋은 인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좋은 인재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고, 이는 곧 좋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다는 말과 똑같이 때문이다.

문제는 부실인사다. 부실인사는 부정적 비판과 불만을 낳는 것은 물론 정책이나 사업의 부실까지 낳는다. 부실인사를 낳은 가장 큰 원인은 인사권자가 원칙을 무시하거나 부실하게 적용할 때 일어난다.

인사는 지도력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 중 하나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만큼 인사 원칙에 부실이 끼어있으면 부실인사와 함께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牧民心書)는 관리의 태도와 역할 등을 기록한 행정지침서다.

목민(牧民)은 백성을 다스려 기른다는 뜻이고,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을 목민관이라고 한다. 심서(心書)는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실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목민관이 목민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크다는 의미다.

목민관은 만사(萬事)를 담당해야 할 자리이니 쉽지 않음은 당연하다. 결국 인사가 만사고 만사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 인사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아울러 이 시점에서 성호 이익의 『성호사설』에 등장하는 ‘간쟁론’을 다시 생각한다.

간쟁론의 핵심은 ‘듣지 못하는 사람은 귀머거리고 보지 못하는 사람은 소경인데, 귀머거리나 소경이야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선천적인 것이지만, 보여줘도 보지 못하고 들려줘도 듣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귀머거리이자 소경이 된다’는 표현에 있다.

태생적 장애를 갖고 있는 것과 스스로 장애를 자처할 때를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해 목민관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설명하는 대목이다.

성호는 특히 ‘간직(諫職)’, ‘간관참정(諫官參政)’, ‘간관불상견(諫官不相見)’, ‘직언극간(直言極諫)’, ‘직언이국(直言利國)’ 등의 항목을 제시했다.

이 항목들의 핵심은 간언하는 신하와 아첨하는 신하의 구별이다. 이는 또한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속담과 적확(的確)하게 맞아떨어지는 말이다.

임금에게는 바른말을 하는 이, 즉 간(諫)하는 이가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는 대목이다.

바른말하는 신하가 없으면 그 시대는, 그 왕조는 멸망의 길을 걸었고, 이는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스스로 귀머거리가 되고 소경이 되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민선 8기가 1년을 보내면서 인사를 마치고 의지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신서』에는 사람을 쓰는 일, 즉 용인(用人)과 관련해 “아첨을 잘하는 사람은 충성스럽지 못하고 간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배반하지 않는다(善諛者不忠 好諫者不偝)는 표현이 나온다.

인사가 만사가 되려면 다산의 용인정책(用人政策)을 다시금 되새김할 때다. 그리고 ‘당신의 인사에는 간언하는 자가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떳떳함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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