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 80%, 경제적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측면서 ‘위험’
경기도, 코로나19·3고로 인한 경제위기 해법 마련 서둘러야
정신건강 취약에 따른 ‘스트레스·우울증·자살’ 등 대비 시급

2022년 7월 20일,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7년(2015~2021) 동안 자살사망자 801명의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살사망 원인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심리부검 면담 대상자가 사망 전 경험한 스트레스 사건의 경우 자살사망자 1명당 평균 3.1개의 사건을 동시에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건은 부모·자녀 등 가족관계(60.4%), 부채·수입 감소 등 경제문제(59.8%), 동료 관계·실직 등 직업문제(59.2%)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자살사망자 대부분 정신건강의학과·병·의원 방문

자살사망자는 스트레스 사건 발생 뒤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 발생 또는 악화 현상으로 자살에 이르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는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 중 상당수(801명 중 710명, 88.6%)가 정신과 질환을 진단받았거나,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전체 연령층에서 우울장애는 82.1%를 차지해 비율이 가장 높았고, 중독장애(32.8%)와 불안장애(22.4%)가 뒤를 이었다.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나 상담을 받은 자살사망자는 심리부검 대상자 중 절반 수준인 52.8%(423명)였으며, 여성(70.7%)이 남성(44.3%)보다 높았다.

사망 전 3개월 이내 도움을 받기 위해 기관을 방문했던 자살사망자 394명 중 50.3%인 198명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고, 168명(42.6%)은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병·의원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 기관은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청년층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68.7%)를 가장 많이 찾았고, 노년층은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일반 병·의원(78.6%)을 찾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중·장년기 자살사망자의 경우 약 12% 정도가 병·의원 외에 금융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또한 과거 자해·자살 시도 경험은 자살 재시도 또는 사망으로 연계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줬다.

심리부검 대상자의 35.8%(287명)는 사망 전 과거 1회 이상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으며, 10.2%(82명)는 자해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위험에 취약한 유족에 대한 사별 직후 지원이 매우 필요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 952명 중 95.2%(906명)는 사별 이후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경험했고, 특히 심리상태 변화(97.0%)가 두드러졌다.

약 60%의 유족(566명)은 면담 당시 자살 생각이 있다고 답했는데, 사별 기간이 3개월 이하(61.2%)로 짧거나 25개월 이상(61.5%)으로 긴 유족에게서 자살 생각을 하는 비율이 높았다.

자살 유족의 72.3%(688명)는 고인과 유족을 향한 비난, 가족이 받을 충격 등을 우려해 자살 사실을 알리지 못한 대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편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의 42.8%(343명)는 생존 당시 자살로 가족, 지인(친구, 직장동료 등)을 잃은 자살 유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자살을 시도한 대상자뿐만 아니라 유족에 대한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게 확인해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와 자살사망의 관계가 밀접한 것이라는 결과도 보여줬다. 이는 2020년 1월 이후 자살사망자 132명 중 코로나19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가 자살사망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29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모든 사례가 코로나19 상황 이전부터 직업·경제, 대인관계,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자살에 취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가 자살사망 발생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현상이다. 사회경제적 변화는 경제 상황 변화(실직·폐업·부채 증가 등), 정신건강 문제 악화, 사회적 활동 제한 등을 말한다.

29명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을 분석한 결과, 19명(65.5%)은 사망 전 직업 스트레스를, 23명(79.3%)은 경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사업부진 또는 실패를 겪은 경우는 9명으로 대부분 관광·문화·교육 분야 종사자였으며, 관련 산업의 실직자도 2명 있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 어려움을 겪은 자살사망자도 2명 있었다. 경제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23명 중 10명은 부채, 8명은 현재 혹은 미래의 경제적 상태에 대한 불안감 등을 호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자살사망자(28명, 96.6%)가 정신과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15명은 코로나19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 사건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한 경우로 파악됐다.

▶경기도민 10명 중 8명, “3고 경제위기로 스트레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조사해 2022년에 발표한 결과는 경기연구원이 2022년에 발표한 ‘위기상황에서의 취약계층 정신건강 실태 및 정책적 대응 방안’과 비슷하다.

경기연구원 보고서는 2022년 11월 24일~12월 1일까지 경기도민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경기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경기도민 10명 중 8명은 “3고 경제위기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경기도가 위기 특성에 맞는 정신건강 취약계층을 선별하고 맞춤형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80%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상황에 따라 ‘위험’ 단계로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만큼 경기도는 경기도민의 정신건강 위기에 맞춰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기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끝난 시점, 즉 앤데믹 이후 정신건강 수준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문제를 진단하고 유형별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신건강센터 인지도를 높여 상담 기회와 접근성을 높이고, 정신건강상담 및 진료에 대한 낙인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기연구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민은 현재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해 스트레스가 늘었다는 응답자가 84.5%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자 87.8%와 남자 81.3%, 연령별로는 40대 87.7%, 30대 86.7%, 50대 85.5%의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특히 3고 스트레스 응답률은 코로나19 스트레스 응답률 72.3%보다 높다.

우울증(PHQ-9) 심각도는 2021년 3월 도민 조사와 비교하면 ‘우울증에 해당한다’가 16.5%에서 56.8%로 크게 증가했다.

우울증 평균 점수는 6.92점인데, 이는 우울증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분석돼 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3고 현상과 같은 경제위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울증 심각도의 가구 특성 중 기초생활수급가구의 우울증 점수는 9.59점으로 비수급가구 6.41점과 비교해 3점 이상 차이가 났다.

가구 형태별로는 혼자 사는 사람의 우울 수준(8.03점)이 다인 가구 거주자(6.25점)에 비해 높아 취약계층 여부에 따른 우울 수준의 편차가 컸다. 3고 경제문제로 인한 스트레스 수준과 우울증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우울증 점수도 일관되게 높아지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매우 받는다’는 응답자의 우울증 점수는 8.20점으로 ‘보통’ 5.68점, ‘전혀 받지 않음’ 2.42점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경기연구원은 정신건강 수준의 악화를 예방하기 위한 유형별 맞춤형 지원 전략으로 △위기 특성에 맞는 취약계층 선별 대책, 사각지대 발굴 △위기 상황 종료 후 자살률 증가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 △정신건강 수준 악화 예방 위한 유형별 맞춤형 지원,

△정신건강센터 인지도 제고 및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 △상담센터와 행정복지센터 연계 서비스 강화를 통한 사각지대 최소화 △정확한 정신건강 수준 파악 위한 꾸준한 조사 및 변화 확인 등을 제시했다.

유정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신건강 유형과 정신건강의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취약 요인들을 점검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돼야 한다”고 갈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위기(코로나19와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신건강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연락해 상담을 원하는 경우 행정복지센터로 연계하는 서비스 제공 등의 방안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정신건강, 평등하지 않았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와 관련 ”지난 7년 간 심리부검을 통해 파악한 자살 경로상의 자살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을 향후 자살 예방 전략 수립의 근거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 정책관은 이어 ”자살은 정신질환, 자살 시도 경험, 스트레스 사건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복잡한 행동“이라며 ”향후 코로나19 등의 급격한 사회경제적 환경변화에 따른 자살 원인 분석을 위해 심리부검을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대부분의 자살자가 사망 전 자살 경고 신호를 보인다는 심리부검 결과는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해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생명지킴이 양성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리부검은 자살 원인에 대한 분석정보를 얻는 목적 외에도 유족의 건강한 애도를 도와 심리적 지지와 위안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관심을 끄는 사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개인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저소득 취약계층이 고소득 계층에 비해 코로나19 팬데믹 위험이 더 컸다는 점을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즉, 코로나19 팬데믹은 정신건강에 있어 평등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우울증(PHQ-9) 진단도구로 측정한 바에 따르면, 소득 500만 원 이상인 계층에서는 ‘정상’인 경우가 86.5%인 반면 100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67.2%로 나타나 19.3% 차이를 보였다.

특히 ‘중도우울증상’의 경우 500만 이상에는 2.9%로 나타났지만, 100만 미만에서는 12.2%로 나타나 4.2배의 격차를 보였다.

불안장애(GAD-7) 진단도구에서도 500만 이상에서는 ‘정상’인 경우 72.1%였으나 100만 미만에서는 53.5%로 나타나 18.6% 차이가 났다.

‘중도불안증상’도 500만 이상은 5.9%, 100만 미만은 12.1%로 나타나 2배 차이가 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자살 생각 경험도 500만 이상에서는 7.0%인 반면 100만 미만에서는 24.1%로 나타나 격차는 3.4배에 달했다.

그렇다면 정신건강 대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경기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정신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몇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우선 코로나19 같은 재난 발생 시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적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정신건강서비스’ 개발과 제공 방안도 제시했다.

이어 감염병 재난 발생 시 국민정신건강 불평등 지표 개발,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등 재난 정신건강 관련 기초자료 구축, 재난 대응 심리 백신 프로그램 도입 등도 정책으로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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