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성우 겸 배우
이종구 성우 겸 배우

오래 전에 여의도 모 빌딩 8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5층에서 멈추고 짐차를 갖고 타려는 사람이 이미 만원이라 못타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한 젊은 남자가 그 사람한테 “아저씨! 잊지 말고 송장 갖다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나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이 ‘웬 시체?’ 하며 멍하고 있으니 뒤에 있던 동료 같은 사람이 “송장이 아니고 송짱인데…”라고 하여 모두 웃고 말았다.

그래서 내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글자대로 발음하는 것이 문제라고, 아니 그렇게 발음하게 만든 국어정책 담당자와 방송인들이 문제라고 말해줬다.

송장(送狀)은 짐을 받을 사람에게 보내는 그 짐의 내용을 자세히 적은 문서다. 발음은 된소리로 ‘송짱’이라고 해야 한다.

▲예스런

“복잡한 일상을 접어두고 고궁 길을 따라 걸으며 신록으로 물든 예스런 풍치를 만끽합니다”에서 ‘예스런’으로 했는데 ‘예스런’은 ‘옛것’, 즉 ‘옛것과 같은 맛이나 멋이 있다’란 뜻이다.

그런데 ‘옛날, 옛말, 옛사람, 옛이야기, 옛집, 옛적, 옛것, 옛일, 옛사랑, 옛이응, 옛글, 옛길, 옛정[옛情]’과 같이 ‘옛스런’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돈줄

김정일이 중국에 다녀오자 미국이 북한을 제재하는 뉴스를 하는데, 통치자금쭐[통치자금줄]’이라고 발음해야 할 것을 글자대로 ‘통치자금줄’로 했다.

그럼 “고삐 죄는 미국 김정일 ‘돈줄’ 차단 본격화”라는 신문 기사에서 ‘돈줄’도 글자대로 읽어야 하나? ‘돈줄’이라고 하면 누구한테 ‘돈을 준다’는 뜻이 되는데…….

예) “돈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그러므로 ‘돈:쭐’로 발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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