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종구 성우 겸 영화배우
사진 - 이종구 성우 겸 영화배우

한명희(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이미시문화서원 좌장)

우리네 주변에는 학벌 좋고 직위 높은 현란한 이름의 명사들이 도처에 넘쳐 난다.

그래서 시정(市井)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은 으레 그들을 선망하고 우러러 보며 인생살이의 좋은 사표(師表)이자 의지가 되는 동시대인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그들 저명인사들의 처세행태를 겪어보면 상식적인 예상과 크게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화내빈(外華內貧)에 표리가 부동한 지식층의 인사들이 남에 대한 배려는 추호도 없이 자기만이 똑똑한양 거들먹거리는 풍조가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문화풍토 속에서도 독야청청(獨也靑靑) 신실한 외길을 걸어온 참다운 명사요 명실상부한 지식인이 있다.

원로 성우이자 재야 국어연구가인 이종구(李鍾九)선생이 곧 그 장본인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그 분은 국문학을 전공한 국문학도도 아니요 제도권 강단의 교직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말 사랑의 열정과 우리 말글 바로 사용하기의 문화운동을 전공자들이 무색하리만큼 집요하게 실천하며 헌신해오고 있다. 진정한 애국자가 따로 없다.

이종구 선생의 삶의 족적이 곧 참다운 애국의 길이요 우리말의 얼과 정체를 튼실하게 지켜가는 역사적 선각(先覺)의 혜안이요 대도(大道)이다.

한 나라의 언어란 바로 그 나라 국민의 얼이자 정신이다. 언어가 바로 서지 않으면 미구(未久)에 구성원들은 얼빠진 허수아비가 된다.

정교한 소통이 불가능하고 깊은 사색과 통찰의 기제(機制)가 무너지며 품격 있는 문화와 심오한 학문의 바탕이 설 자리를 잃는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근자의 우리네 언어생활이란 어지럽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진중하지 못한 외래어의 남용과 무분별한 신조어의 구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자매체를 통해서 빠르게 유통되는 은어(隱語)나 단축어의 범람은 정확한 국어사용을 미궁(迷宮)으로 몰아넣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언어생활의 혼돈시대에 우리말을 살리는 생명수요 어문정책이 지향해야 할 좌표와도 같은 소중한 저서가 출간되었으니 저자 이종구 선생님의『말』이 곧 그것이다.

바른말 사용의 고독한 외길에서 농축된 보옥같은 내용들은 우리말과 글을 한층 품격 있게 가꿔가는 길라잡이가 될 것임에 분명타고 하겠다. 아마도 광화문에 계신 세종대왕께서도 대견스레 여기시며 빙그레 미소 짓지 않으실까 싶은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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