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많이 서식해 호랑이 울음소리 들여오는 가평 호명산 등

2021년이 저물어 가고 어느새 2022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코로나19 등 다사다난한 한 해였지만 막상 연말이 다가오니 왠지 모르는 허전함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신축년(辛丑年) 하얀 소의 해가 가면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의 해다.

호랑이는 우리나라와 연관이 많은 동물이다. 그중 검은 호랑이(이하 흑호)는 황호나 백호에 비해 흔치 않은 종으로 목격담도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세계적으로 약 7마리만 남은 희귀종이기 때문이다.

한국 설화에도 흑호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는데 흑호는 호랑이 중 가장 사납고 무서우며 여러 사람을 잡아먹으며 그 일대를 전멸시키는 등 포악한 성격을 지녔다고 전해진다.

또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걸 미리 느껴 잡으려면 멀리 도망가고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사냥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사람들에게 큰 위협을 가했던 흑호를 맨손으로 잡았다는 이야기도 ‘학산한언’과 ‘청구야담’에 실려있다.

이러한 흑호는 지난 2020년 인도 오리사 주에서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호랑이가 우리 삶에 영향을 끼쳐왔을까?

■ 우리와 함께 살아온 호랑이

사진 - 호랑이는 과거 선사시대 때부터 우리와 함께 공존해온 동물이다. 그만큼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 많아 호담국(虎談國)이라 불리기도 했다. [출처-경기뉴스광장]
사진 - 호랑이는 과거 선사시대 때부터 우리와 함께 공존해온 동물이다. 그만큼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 많아 호담국(虎談國)이라 불리기도 했다. [출처-경기뉴스광장]

우리가 가장 많이 듣던 말 중 호랑이와 연관된 말은 바로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라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삶에 호랑이는 옛날부터 함께해 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은 호랑이는 없지만 과거 선사시대 때부터 그 인연은 이어져왔다. 먼저 호랑이는 단군 신화 속 곰과 함께 등장했는데 이에 전문가들은 옛 조상들은 호랑이를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해 우러러보는 존재로 여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나 설화 등이 많이 생겨났는데 때문에 우리나라를 호담국(虎談國)이라 부르기도 했다.

또한 한국의 사학자인 육당 최남선은 호랑이 이야기로만 ‘천일야화’나 ‘데카메론’과 같은 책을 써낼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영향으로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의 마스코트도 호랑이였으며 야구팀 기아 타이거스의 마스코트가 호랑이가 선택되는 등 우리사회 전반적으로 호랑이가 자리잡게 됐다.

삼국시대에는 호랑이를 산신으로 여겨 신성시 여겼다고 한다. 산신이 호랑이로 변해 악인을 벌하거나 마을의 해를 끼치는 존재를 물리치는 등 마을의 평안과 질서를 가져다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진 - 호랑이가 가장 많이 언급된 시기는 조선시대로 이때부터 호랑이 포획도 함께 늘어나 개체 수가 줄어들게 됐다. [출처-국립민속박물관]
사진 - 호랑이가 가장 많이 언급된 시기는 조선시대로 이때부터 호랑이 포획도 함께 늘어나 개체 수가 줄어들게 됐다. [출처-국립민속박물관]

이후 호랑이가 가장 많이 언급된 시대는 바로 조선시대다. 당시 조선은 성리학의 민본주의를 바탕으로 호랑이를 적극적으로 포획하고 살상했었는데 호랑이를 잡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명예와 포상은 출세의 지름길이 되기도 했다.

당시 호랑이 사냥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일정 수 이상의 호랑이와 표범 가죽을 진상하게 하고 그 성과를 국왕이 직접 챙기기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또,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표한 ‘구비문학에 나타난 호랑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동물 속담 중 호랑이와 관련된 것이 전체의 10.8%를 차지한다. 개(1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특히 조선시대의 호랑이는 효의 수호신과 후원자로 등장해 효성이 지극한 사람을 돌보는 존재로 각인됐는데 이는 효의 절대적 가치는 공포의 대상인 호랑이마저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논문에서는 밝히고 있다.

그러한 이미지를 대변하듯 백성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 호랑이 때문에 ‘호환마마’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당시 호랑이는 도성 안은 물론 궁궐 안까지 들어온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또한 호랑이는 민담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웃음과 교훈의 대상으로 비춰지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호랑이와 곶감’ 등 동화에선 어리석고 우스운 존재로 묘사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이외에도 속담에서는 절대적 권위와 힘을 가진 존재로 등장하는 동시에 극한의 상황을 상징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돈이라면 호랑이 눈썹도 빼온다’는 속담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악 지형조건으로 인해 산악 숭배 사상을 자연스레 지니게 됐으며 그로 인해 산의 주인으로 일컬어지는 호랑이를 산과 함께 신성한 존재로 여기게 됐다.

이로 인해 우리 민속문화에서 호랑이는 빠질 수 없는 동물이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 호랑이의 멸종, 그 시작은 어디부터

사진 - 우리나라 호랑이는 조선시대부터 개체 수가 줄기 시작하여 개항 후 이방인들의 사냥, 일제 강점기의 무분별한 학살로 인해 결국 멸종됐다. [출처-경기뉴스광장]
사진 - 우리나라 호랑이는 조선시대부터 개체 수가 줄기 시작하여 개항 후 이방인들의 사냥, 일제 강점기의 무분별한 학살로 인해 결국 멸종됐다. [출처-경기뉴스광장]

우리나라에 마지막 흔적이 남은 호랑이는 1908년 전남 영광 불갑산에서 잡혀 현재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박제로 남아있고 마지막에 잡힌 호랑이는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호랑이로 보고 있다.

목포에 남아있는 박제 호랑이는 당시 주민들이 일본인에게 판매한 호랑이었는데 그 일본인은 당시 일본인 학교였던 유달초등학교에 그 호랑이를 기증하고 현재까지 전해지게 됐다.

경주 대덕산 호랑이는 일본 황실에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잡히게 됐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많은 호랑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우리나라에는 왜 호랑이가 살지 않게 된 것일까?

일상생활에서 호랑이와의 위험하고 친근한 공생이 무너지게 된 시발점은 앞서 언급했듯 조선시대 성리학의 민본주의를 바탕으로 호랑이를 적극적으로 포획하고 살상했기 때문이다.

이후 개체 수가 급감하던 포식동물들은 개항 이후 조선을 찾은 이방인들이 벌인 ‘트로피 사냥감’ 때문에 또 한 번 위기를 겪게 된다.

트로피(Trophy)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전리품을 뜻하는 말로 그 전리품의 대표적인 것은 적군의 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야생동물을 대상으로 트로피 사냥을 펼치게 됐고 전리품으로 사냥감의 신체 일부를 전리품으로 삼게 됐다.

당시 대표적인 사냥꾼은 시오도어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아들인 커밋 루즈벨트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모델로 알려진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 등이 한반도에서 호랑이 사냥을 나섰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호랑이가 사라지게 된 결정타는 바로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일제는 주민이나 가축에게 피해를 주는 호랑이, 표범, 곰, 늑대 등 ‘해로운 짐승’을 구제하는 사업을 1910~1920년대에 걸쳐 대대적으로 펼쳤기 때문이다.

덕분에 당시 포식동물들은 해마다 많게는 수백 마리씩 잡히게 됐다.

사실 일본은 임진왜란 당시에도 우리나라를 침탈하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호랑이를 무차별적으로 잡아 상납해 바치기도 했는데 당시 호랑이는 일본에 없는 최고의 보양식으로 살부터 뼈, 내장 모두 자양강장제로 이용돼 비싸게 팔리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호랑이를 정복한다’라는 뜻의 사냥단인 ‘정호군(征虎軍)’이 무차별적인 학살을 자행했는데, 당시 호랑이 중 318㎏~338.5㎏에 이르는 대형 호랑이도 포함돼있었으며 당시 총독이었던 사이토가 구입한 호랑이 가죽 2장은 크기가 2m 10cm에 이르렀다고 한다.

■ 호랑이의 특징, 얼마나 알고 있나요?

사진 - 호랑이는 마냥 무섭게만 보이는 동물이지만 인간보다 단기 기억력이 좋은 등 여러 특징들을 갖고 있는 재미난 동물이기도 하다. [출처-국립민속박물관]
사진 - 호랑이는 마냥 무섭게만 보이는 동물이지만 인간보다 단기 기억력이 좋은 등 여러 특징들을 갖고 있는 재미난 동물이기도 하다. [출처-국립민속박물관]

우리나라 야생에서는 호랑이를 볼 수 없게 됐지만 동아시아 및 남아시아 숲과 정글에서는 아직 야생호랑이들이 살고 있으며 이외에도 동물원이나 인터넷, 전시관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호랑이를 만나볼 수는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우리와 공존해온 호랑이는 마냥 무섭게만 보일 수 있지만 호랑이만의 재미난 특징도 있다.

먼저 호랑이는 인간보다 단기 기억력이 좋다. 모든 동물 중에서 최고의 기억력을 자랑하는 호랑이는 강력한 뇌 시냅스를 가지고 있으며 단기 기억으로만 따지면 사람보다 약 30초 정도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호랑이의 재미난 특징 중 두 번째는 흉내내기 기술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호랑이와 곰의 서식지가 겹쳐 호랑이가 곰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호랑이들은 곰들을 유인해내기 위해 곰이 좋아하는 먹이(동물)의 소리를 흉내내 유인한 다음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흔히 알 듯 호랑이의 신체 스펙은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호랑이는 25~30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으며, 사냥 시 발이나 이빨을 통한 공격을 주로 하게 되는데 이때 호랑이의 앞발 힘은 약 1t으로 사람 뼈는 우습게 부서뜨릴 수 있다. 게다가 나무도 잘 오르며 다른 고양이과 동물과는 달리 수영도 잘해 물과 땅을 가리지 않고 사냥감을 노릴 수 있다.

또한 뒷발의 힘도 만만치 않아 죽은 다음에도 일어설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자랑한다고 전해진다.

호랑이의 무서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호랑이의 포효는 매우 크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들릴 정도이며 인간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낮고 깊은 초저주파로 으르렁거리는 것도 호랑이의 무기 중 하나다. 귀가 찢어질 만큼 커다란 포효 소리와 들리지 않는 으르렁거림은 인간에게 일시적인 마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

호랑이는 사냥할 때 매복을 즐기는데. 이때 호랑이를 피해 살 수 있는 방법은 호랑이의 눈을 쳐다보면서, ‘여기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이는 호랑이는 숨어서 사냥하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마주보고 있는 상태에선 공격당할 확률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호랑이는 다 같은 종류로 보이지만 인간의 지문처럼 호랑이의 줄무늬도 겹치지 않고 제각기 다 다르다. 유일하게 같은 부위는 이마에 새겨져 있는 ‘왕(王)’자 뿐이다.

마냥 사나워보이는 호랑이지만 생각보다 호랑이의 매너는 좋다. 사자들의 경우 종종 같은 종족들과 끝까지 싸우지만 호랑이의 경우 다른 호랑이가 끼어들면 함께 사냥하기도 하며 수컷은 암컷과 새끼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호랑이가 새끼를 낳을 땐 잠시 암수가 같이 지내지만 이후 수컷이 너무 오래 머물면 암컷이 쫓아낸다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호랑이의 눈은 망막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반사하는 막 때문에 역광으로 보여 가장 밝은 눈을 가지고 있으며, 호랑이 소변에서는 버터팝콘 냄새가 난다고 알려져 있다.

■ 경기도에서 만나는 호랑이

△ 용인 에버랜드

경기도에서 실제로 호랑이를 만나보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용인 ‘에버랜드’다.

그중 ‘타이거밸리’는 국내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한국호랑이를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시원한 폭포와 연못, 자작나무 숲으로 백두대간 한국호랑이의 서식지를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사파리월드’에서도 사자를 포함한 여러 맹수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양주 옥정중앙공원 ‘AR 동물원’

실제 동물을 만나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만 이제는 가상으로도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양주시에 위치한 옥정중앙공원은 지난달 26일 경기도 최초로 도시공원 내 조성된 AR(증강현실)동물원을 개장했다.

이 동물원에서는 GPS 기반으로 호랑이를 비롯해 고래, 독수리, 악어, 얼룩말 등 8종의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최대한 실제 동물처럼 움직이도록 구성된 게 특징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옥정중앙공원 ARZOO’를 받으면 AR 동물원을 체험할 수 있다.

△ 안성 복거마을

안성시에는 작은 호랑이 마을이 있다. 바로 ‘복거마을’이라는 곳이다. 과거 복거리로 알려진 이곳은 ‘복호리’ 또는 ‘호동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뒷산이 호랑이가 엎드려 앉은 모양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었다.

또한 이름에 걸맞게 마을로 호랑이가 자주 내려왔다는 마을 내 전설도 있어 그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과 특징들을 바탕으로 지난 2009년 1월 ‘아름다운 미술마을 만들기’ 사업이 시작됐으며 현재는 호랑이를 토대로 만든 조형물과 벽화들이 마을을 장식하고 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벽화는 ‘담배 피우는 호랑이’와 ‘쇠붙이로 만든 호랑이’ 등이다.

△ 가평 호명산

가평에 위치하고 있는 호명산은 산림이 울창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을 때 호랑이가 많이 서식해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고 전해진 곳이다.

주변의 지명들 또한 호랑이와 연관이 많다. 호명산 정상서 장자터 고개로 가는 중간 봉우리로 ‘아갈바위봉’이 있는데 이는 ‘범아가리’에서 따온 이름이며 호명리에서 장자터 고개까지 있는 계곡은 ‘범울이계곡’이라 불린다.

그 근처에는 ‘범울이 마을’도 있는데 이는 ‘범우리’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호명리’라는 지명도 과거 호랑이 우리라는 ‘범우리’로 불리다 한자로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고양 호랑이무덤 & 호랑이굴

고양시 효자동은 조선시대의 대표 효자 박태성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지명이다. 박태성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산소를 방문하기 위해 서울에서 35리나 되는 길을 매일 다녔는데 그 길목에는 인왕산이 있었고 그 산에는 호랑이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 호랑이는 박태성의 길을 막고 자신의 등에 그를 태워 산소까지 데려다주는 등의 행위를 박태성이 죽는 날까지 행하였다고 한다.

이후 박태성의 무덤 앞에 나타난 호랑이는 그 앞에서 죽어 함께 박태성의 무덤 옆에 묻히게 됐는데 현재까지 그곳을 ‘호랑이 무덤’이라 일컫는다고 한다.

이외에도 고양동 뒷산에 위치한 대자산 중턱에는 호랑이굴이 있다. 옛날 호랑이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이 굴은 한반도 선사시대의 비밀을 밝혀줄 중요한 유물이 쏟아져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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