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경제성·친환경성·안전성 “반대”… 주민수용성 높이면 가능?

 

▲ 수소발전 건립 반대 가평군비상대책위원회 현수막

현재 전국에는 47곳(2019.12월 기준)에서 384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운영 중이며 건립 검토 중이거나 건립 중인 곳도 10여 곳에 이른다. 정부는 이를 2022년까지 지금의 5배, 2040년까지 40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전지에 넣어 수소를 추출하고, 이를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 전기와 열이 발생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방식이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건립 중인 곳을 몇 군데만 살펴보면 우선 광주광역시로, 지난 2019년 3월 남구·광산구가 한국서부발전과 MOU를 체결, 1조4천여억 원 예산으로 100MW급 2기를 설치하는데 서명했다.

이후 ‘찾아가는 주민 소통 설명회’ 등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1년 가까이 공을 들인 끝에 최근 2개 마을로부터 유치 희망을 받아 건립이 가시화됐다.

또한 인천 동구는 2017년 6월 사업허가 이후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진통 끝에 2019년 11월 합의점을 찾아 2020년 12월 39.6MW 규모의 발전소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13일 전남 나주 혁신산업단지에 20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사업 투자협약이 체결돼, 8222㎡ 부지에 1070억 원을 들여 올 8월 착공, 2022년 2월 준공될 예정이며, 전남 완주에도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유치 논의가 들려오고 있다.

반면 건립이 순탄하지 않은 곳도 많다. 전북 익산, 대전시 대덕, 강원도 강릉·횡성, 경남 함안·양산·고성·함양 등 현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을 검토 중인 10여 곳은 주민들이 반발이 심해 사업허가가 취소되거나 보류 또는 신청이 취하된 상태다.

경기도 내 사정도 전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산과 의왕에서는 추진이 순조롭지만 남양주, 화성, 김포 등 지역에서는 주민 반발이 거세 사업시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대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첫째 ‘낮은 경제성’이다. “열병합발전소 대비 초기 투자비용이 7배나 더 들어갈 뿐만 아니라 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라 연료비 소모가 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둘째 ‘애매모호한 친환경성’으로 “정부에서는 질소산화물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고 말하지만, 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황화합물 등 불순물이 발생해 100%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셋째는 ‘검증되지 않은 안전성’으로 “2016년 첫 가동 이후 안전성에 대한 평가가 전무한 상태에서 지난해 5월 강릉 수소탱크가 폭발해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됐는데, 아직 통일된 법규도 없이 ‘전기사업법’, ‘국토계획법’, ‘액화석유가스법’ 등 개별법이 복잡하게 얽혀 법적 안전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 수소발전 구조도

현재 가평군에도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본보 3월13일자 헤드)소식이 전해지며 관련 논의가 점차 뜨거워지는 등 앞서 살펴본 전국의 수소발전소 인근 지역 분위기와 크게 다를 게 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자부에 사전심사 서류를 접수한 효성연료전지발전(주)와 대성연료전지발전(주)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가평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예정 부지는 가평읍 하색1리 302-3번지(가평군목공예영농조합) 일원이며 40MW 설비용량 규모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3MW 이상의 발전소 사업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가 아닌 산자부에 허가권이 있기 때문에, 이들 사업자는 산자부에 직접 관련 서류를 접수했고, 산자부는 가평군에 주민 반응을 문의했다.

이런 행정절차를 반대 주민들이 ‘음험한 물밑 작업’으로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부실한 주민설명회 등 충분치 못한 ‘주민 수용성’ 때문이다.

사업자 측은 “지난 2월 18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자료를 제공하고 의견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주민들은 “예정부지 이해관계자와 마을 노인 몇 명만이 참석한 빈껍데기 설명회였다”고 반박했다.

심지어 가평군 수소발전소 건립 반대 비대위 관계자는 “사업자가 이런 엉터리 주민설명회를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추진근거’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이후 아예 설명회에 응하지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주민 수용성’은 물론이고 ‘경제성’, ‘친환경성’, ‘안전성’에 대해서도 주민vs주민 간 또는 주민vs사업자(내지 정부)간 찬반논쟁이 뜨겁게 진행 중이지만 좀처럼 만족할만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해법은 없는 것일까?

‘경제성’, ‘친환경성’, ‘안전성’을 전제로 수소발전소는 ‘건립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철회가 옳은 것인지’를 여기서 당장 따지지 않기로 하고, 의견수렴 절차인 ‘주민 수용성’과 관련해서만 논의해보기로 한다면 갈등을 극복하는데 참고할만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을 놓고 2년여 진통 끝에 지난해 말 극적 타결을 이룬 인천광역시 동구의 사례가 그것이다. 인천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사업은 지난 2017년 산업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막상 발전소 건립은 주민 반대로 중단됐다.

당시 동구 주민들은 “안전성과 친환경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주거지 인근에 건립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다.

반면 “발전기가 전력생산을 위해 외부 공기를 빨아들였다가 정화시켜 내보내기 때문에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있다”며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갈등이 2년 반 동안 이어지자 인천시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2019년 11월 18일 ‘동구 수소연료전지 갈등해결을 위한 민관협의’를 개최되면서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안전성·친환경성이 고려된 이 ‘합의안’에는 인천광역시·동구청-인천연료전지(사업자)-비대위(시민) 3자가 참여하는 ‘민관 안전환경위원회 구성’ 내용도 포함됐는데, 위원회는 이후 합의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로 했다.

합의안에는 또한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활동 의무화’, ‘지역진흥과 주민지원, 환경개선을 위한 지원금’에 대한 내용 등이 포함됐으며, ‘현재 확정된 발전소 사업부지에 발전용량을 증설하거나 수소충전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조건’도 덧붙였다.

인천 동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사업자와 인천시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에 주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 아닌 점을 이용해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를 열거나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 방식을 고집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함으로써 주민들로부터 신재생에너지라는 공감대를 이끌어냈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았다.

현재 가평군은 지난 2월 21일 산자부에서 요청한 ‘발전사업 허가 심의를 위한 의견 문의’ 회신 건에 대해 ‘수소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의견’이 포함된 주민 동향을 제출한 상태다.

가평군청 관계자는 “개발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주민의 동향과 수용성 여부만을 요청해와 제출기한인 지난주 말 의견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찬반에 대한 주민여론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었는지’와 관련한 질문에는 “현재 논의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군에서 제출한 자료를 참고해 산자부 전기위원회에서 심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수소발전소 건립 등 특정 사안에 대해 군이 입장을 분명히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면서 “다만, 찬반 입장표명을 떠나, 주민갈등의 조짐이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는 즉시 선제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주민갈등 조정법 제정’이 회자되는 등 지역사회 구성원 간 갈등 현장에 지자체가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적극 개입함으로써 지역공동체 분열과 갈등으로 인한 인구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가평읍에 건립 논의 중인 수소연료전지발전소와 관련해서도 가평군은 인천 동구청 사례를 참고해 “주민설명회나 다자간 협의 등을 통해 ‘서로 할 말은 하고 들을 건 듣는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세간의 지적이 타당하게 들리는 이유다.

 

▲ 가평군민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린 '주민도 모르는 발전소 유치 반대합니다' 청원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가평군민이 올린 ‘주민도 모르는 발전소 유치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3월 20일 현재 557명이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대위 측에서도 가평군청 앞 등 7곳에서 ‘반대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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