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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혼표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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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9  10: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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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청 기획감사실장 이우인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고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고 한 선인들의 말씀이 결코 틀리지 않다. 결혼한지 어언 30년! 서양에서는 결혼25주년을 은혼식(銀婚式), 결혼 30주년을 진주혼식(眞珠婚式), 결혼 50주년을 금혼식(金婚式)이라 하여 기념한다는데 금년에 결혼 30주년을 맞이하였다.

결혼30주년 진주혼식(眞珠婚式)을 뜻깊게 기념하기 위해 무엇을 할까 궁리하다가 생각한 것이 진주혼표 장(醬)담그기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왜냐하면 옛날에 “장맛을 보면 그 집안을 알 수 있다”라고 하여 장(醬)을 명문사대부집안의 평가 기준으로 삼지 않았던가? 특히 장과 사람은 묵은 것이 좋다고 하였듯이 우리 부부도 20대 때 한 직장에서 만나 결혼하여 아옹다옹한지 30년의 세월이 지났다. 긴 세월 속 푹 숙성된 된장처럼 30년간 고운정 미운정 다들은 아내가 이제는 다정다감하고 편안하기 그지없다.

돌이켜보면 맞벌이 부부였던 우리는 시간에 쫓겨 장을 직접 담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내가 시댁과 친정에서 얻어오는 간장과 된장으로 어느 정도 해결하고 부족 할 때는 마트에서 구입한 제조 간장과 된장으로 보충하였기 때문에 직접 담글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아내가 지난해 명퇴하여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나 또한 그동안 틈틈이 시간을 내어 한식 요리를 배워 자격까지 획득했기 때문에 그것을 입증하고 싶기도 하여 진주혼(眞珠婚)기념 이우인표 된장, 간장, 고추장, 막장 등 풀세트 장을 직접 담그기로 한 것이다.

장 담글 재료들을 구입하여 여러 종류의 장을 담갔다. 그 중에서 막장 담그기가 가장 어려웠는데 막장 담글때는 요리사 친구의 조언을 받아가며 담갔다. 우선 보리쌀 죽을 쑤고 늦게 뒷설거지한 파란 고추를 빻은 고추가루를 넣어 질금을 내려 막장을 담갔다. 내 생전에 온갖 장을 담근 것이 처음이고 이렇게 정성을 들여 장을 담근 것도 처음이다.

다음은 장독대를 만들고 장을 보관할 차례! 우선 광목골 일지원 농장 앞을 흐르는 개울에서 반질반질한 주먹돌을 주워다 농장 돌담밑 양지쪽에 자리를 잡아 장돗대 항아리를 하트 모양으로 만들고 그 안에 자갈돌을 깔아서 아담한 장독대를 완성한다.
일명 진주혼표 장독대이다.

여기에 간장, 된장, 고추장 막장을 담은 항아리를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그럼 끝이다.
   
 

장맛은 시간이 맛있게 숙성시킬 것이다.
나는 매년 삶을 향유 할 수 있는 맛있는 장을 담그겠다고 다짐한다.
그리하여 이 농장에 항아리가 가득 찰 때까지 매년 장을 담글 예정이다.

이렇게 손수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 막장은 마트에서 구입한 장류와는 전혀 다른 신선하고 순수한 참 맛을 선사하리라.

맴맴 매미 울던 칠월 어느날 오후 광목골에 친구들이 들이 닥친다. 북면 사는 상률이란 친구가 퉁갈이, 뚝지, 미꾸라지 등을 천렵하여 매운탕을 해먹자고 불쑥 찾아온 것이다. ㅇ웅, ㅇ영, ㅇ태, ㅇ수 등 친구들도 함께 와 아직 숙성도 덜된 진주혼표 된장과 고추장을 개봉하자고 재촉한다. 나 또한 장맛이 궁금해진다.
장독대로 다가가 된장과 고추장을 적당히퍼 매운탕에 넣고 강새우를 넣고 채마밭에서 뽑아온 무와 쑥갓을 썰어 넣고 휘저어30분 만에 뚝딱 진주혼표 매운탕을 완성하였다. 여러 친구들과 소주 한잔에 땀을 쏟아 가며 곁들인 매운탕 맛은 환상적이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라며 모두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퇴직하면 매운탕 장사를 하라고 야단법석이다. 친구들이 기뻐하니 내마음 또한 흡족하다.

일주일 후 일명 진주혼표 매운탕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선보이고 싶었다. 아내와 아들 녀석인 창기, 딸 지현이를 농장으로 불렀다. 정성을 다해 똑같은 방법으로 매운탕을 끓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별로라고 하였다. 별로 맛이 없다고 한 아이들의 평가에 매운탕을 끓인 나로서는 마음이 씁쓸하였지만 우리 세대와 자식 세대간에는 입맛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딸 지현이가 “아빠! 진주혼 매운탕은 그만 끓이고 엄마! 아빠! 가족사진 촬영하러 가요” “친구네 가족들은 모두 가족사진이 있는데 우리집만 없어.” 그리하여 딸의 제안으로 민수포토스튜디오로 달려가 진주혼식 가족사진을 촬영하게 되었다. 난생 처음 메이크업을 하고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와 표정을 연출하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2시간 동안 사진을 찍었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웃어 본적이 있었던가? 너무 많이 웃어 허기가 질 정도였다.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아들과 딸이 잘 성장하여 직장 생활도 잘하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 속에서 새삼 발견 할 수 있었다. 사진 찍기를 잘했구나, 자식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됐구나, 우리 가족이 사랑스럽고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감개무량하고 행복했다. 내 인생의 보람을 느끼게 한 하루였다.

많은 사람들은 삶을 마치 육상경기라고 생각하며 목적지까지 빨리 도착하려고 옆도 보지 않고 단숨에 질주해 버린다. 그리고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과 경치를 놓쳐 버린 채 경주가 끝날 때쯤엔 너무 늙었다고 하소연하고 인생무상을 한탄한다. 나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 보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가에 널려있는 행복의 조약돌들을 하나, 둘, 주우면서 가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살아왔다.

나는 언제 가장 행복했었던가?
내가 언제 진한 사랑을 했었던가?
나에게도 슬픈 일이 있었던가?
묵은 된장과 아내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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