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공예 문화재 복원보수 전문가 김동현 장인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기만 하다. 사람의 미래가 거대한 폭풍우의 한 가운데 불안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모든 것이 인공지능과 로봇들로 대치되어 가고 있다.

사람이 할 일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인류 생존에 대한 도전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터이다.

나는 17살 되던 해인 1979년 완도군 보길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돌만을 깍고 갈고 다듬으며 40여년을 보냈다.

어린 나이에 선택의 여지가 없이 시작한 돌(석공예)과의 인생이지만 차가운 돌에 인생이 자리 잡고 버려진 돌이 작품이 되어가는 과정을 체화(体化)하며 녹녹치 많은 않았던 과거의 삶들이 이제는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세상을 보는 눈을 주었다.

그동안 경복궁부터 창덕궁, 덕수궁, 경희궁지, 광화문 등을 복원 보수했고 특히 청계천의 모전 교는 중추적으로 석재작업을 진행했다.

기계보다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작업방식이 인정을 받아 그동안 국내 많은 석공예 문화재 복원 보수의 일을 할 수 있었다라고 생각한다.

나를 지탱해 준 돌(석공예). 그 돌이 지금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4차 산업혁명의 틈 사이에서 우리 인간이 살아남을 길은 역으로 가장 인간다워 지는 길이 라고 생각이 든다.

먼저 그 방안은 우리가 몸을 움직여야하고 특히 손이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손을 부지런히 사용해야한다. 두 손을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나의 두 손은 서로 다른 일을 한다.

한 손은 정을 잡고 다른 손은 망치를 잡고 돌 일을 한다. 서로 다른 듯 하며 같은 일을 하는 이 작업을 통해 균형미를 배우게 되었다.

전두엽을 통한 뇌의 명령을 가장 정교하게 수행하는 손이다. 역으로 운동중추와 뇌를 가장 자극하는 것 또한 손이다. 이것이 손을 사용해야 할 이유다.

손을 사용하면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양 손 사용은 여기에 균형 감각까지 더해 준다. 미래에 사람이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창의성을 갖추려면 손을 가지고 뇌에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줘야한다.

 
두 번째로 돌은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히고 미루어 새것을 앎)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선조의 지혜를 찾아내고 이를 우리의 생활과 삶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돌은 계절 따라 숨을 쉬면서 변한다.

나는 그 동안 이 호흡을 같이 하며 변화에 대응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 선조들이 남겨놓은 옛 석공예 작품을 보면 자연처럼 물같이 흐르는 멋과 여인네의 치맛자락 같은 평화로움이 배어 있다.

이러한 선조의 지혜와도 호흡을 같이하려 집중했다. 돌(석공예) 작업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최소 10년 이상 돌과 씨름해야 구상한 작품에 맞는 돌인지 구분할 정도가 된다. 즉 10년 정도 지나야 돌과의 교감이 시작된다는 말이 된다.

이 시점이 지나고 자신의 삶이 돌에 자리를 잡을 때 돌은 생명을 지니게 된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아닌 우리의 감성이 배어든 정신세계와 인간다움, 그리고 자연스러움 만이 미래 인간의 영역을 지켜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즈음 많은 옛 것이 방치되고 파손되고 또 인위적으로 파괴되어져 가고 있다. 그리고 현대적이고 글로벌한 새 것들이 그 빈자리를 차지했다. 어느새 우리사회는 새로운 것들을 선으로 인식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대 다수의 젊은이들은 옛 것을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으로 만 인식하고 기피한다.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고 추종자가 된다면 아무런 준비와 생각이 없이 인공지능과 로봇에 길들여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실험실 비이커 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갈 지도 모른다.

이러한 불행에서 우리가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옛 것에서 지혜를 찾는 노력이 절실한 것이다. 나는 그 동안 복원보수를 해 왔다. 그 과정에서 수작업이 용이한 공구들을 개발하고 많은 특허를 낼 수 있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의 삶과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작업의 고통 가운데서 간극의 차이로 다가오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는 자신의 삶과 영역의 경계를 살펴야 하고 느껴야한다.

그 것은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이 같이 해야 갈 수 있는 영역이다. 스스로가 과거의 것을 돌아보아 복원할 것은 복원하고 보수할 것은 보수하고 또한 맞춤형의 나만의 공구를 개발하여 미래에 대비하는 것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머리는 사용할 일이 적어진다. 우리를 빅 데이터 안에 가두고 인공지능과 로봇의 추종자를 만들어 가는 4차 산업혁명 앞에서,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안에서 돌(석공예)을 생각 한다.

우리는 자연으로 돌아 가야한다. 손을 사용하여 우리를 복원하고 보수할 줄 알아야하고 우리가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것이 인간의 영역을 지켜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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